■ 어린이 책

 

모두의 고양이

브렌던 웬젤 글·그림│ 비룡소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고양이 한 마리가 귀를 쫑긋 세우고, 수염을 꼿꼿이 펴고, 도톰한 발로 사뿐사뿐 돌아다닌다. 그럼에도 이 그림책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고양이의 걸음마다 만난 동물들이 고양이를 본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양면에 걸쳐 아이가 본 고양이, 강아지가 본 고양이, 여우가 본 고양이의 이미지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들이 본 고양이 이미지는 조금씩 다르다. 책장이 점점 넘어갈수록 더욱 확연히 차이 난다. 어항 속 금붕어가 본 고양이는 굴절 때문에 왜곡이 심하다. 생쥐의 눈에는 불타오르는 눈빛과 날카로운 이빨, 발톱만이 들어온다. 꿀벌의 겹눈에 비친 고양이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으로 구성된 한 폭의 점묘화다.

그림책이 저마다 다르게 그려낸 고양이의 이미지는 다른 존재를 향한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고정관념과 편견에 붙잡혀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달라 보이지만 모두 같은 고양이예요”라는 텍스트에 앞서 이미지가 이를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이미지로 말을 하는 그림책 장르 본연의 간결하고 단정된 힘을 꽤 오랜만에 만나는 듯하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고양이가 자기 얼굴을 옹달샘에 비춰본다. 고양이는 무엇을 보았을까?

옹달샘에 비친 얼굴은 일렁이는 물결에 일그러져 고양이라는 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다른 동물들의 시선에도 못 미친 채 존재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한 듯하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우리 자신도 그러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비친 나의 조각들을 통해 나를 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44쪽, 1만6500원.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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