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올 초대륙
로스 미첼 지음│이현숙 옮김│흐름출판
대륙은 맨틀 바다 위에 뜬 섬
미래엔 뉴욕과 페루 리마 충돌
대륙이동땐 기후·환경 바뀌고
생명체는 진화와 멸종 반복해
판게아 이후 초대륙 ‘아마시아’
인류, 기후변화 적응 준비해야


인간 대부분은 눈앞의 현실에 코 박고 살아간다. 무얼 먹을까, 무얼 입을까를 걱정하면서, 당장 써먹을 정보에 지나치게 몰두한다. 그러나 단견은 미망을 부르고, 미망은 실수를 낳는다. 눈앞의 일에 관심을 쏟으면, 자칫 미래를 놓칠 수 있다. 사건의 점을 펼쳐 골고루 들여다보고, 시간의 선분을 늘여 두루 살피는 힘이 필요하다. 지혜는 언제나 문제를 시공간의 큰 지평선 위에 놓고 사유할 때 생겨난다.
인류세는 인류 활동이 누적되면서 지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린 시대를 말한다. 기후변화, 대량 멸종, 미세 플라스틱, 환경오염 등은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 행성 규모로 사유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최근 몇 해, 학계나 출판계에서 크게 유행 중인 ‘지정학’이니 ‘거대사(Big History)’니 하는 말은, 행성 규모의 사유에 맞추어 앎의 배치도를 다시 그리고, 정치나 사회의 틀을 재조정하려는 활발한 지적 활동을 보여준다.
‘다가올 초대륙’에서 로스 미첼 중국과학원 연구교수는 행성 규모 사고의 중심에 지질학을 가져다 둔다. 지질학 또는 지구학은 지구 자체의 운동과 메커니즘, 구성물질과 형성 과정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진과 화산의 활동, 암석과 지형의 변천, 맨틀과 지자기의 변동 등을 알아내고, 이를 통해서 지구의 장기 변화 과정과 그것이 현재 우리의 삶에 뜻하는 바를 알아내려 한다.
현재 지구엔 크게 여섯 대륙이 있다. 유라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남극이다. 대륙들 밑엔 이들을 떠받치는 판(태평양판, 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 등)이 있고, 그 밑엔 압력과 열로 인해 암석들이 녹아서 흐르는 맨틀이 있으며, 다시 그 밑엔 외핵과 내핵이 있다. 이것이 지구의 기본구조다.
대륙은 맨틀 바다 위에 뜬 커다란 섬이다. 배들이 파도 따라 움직이듯, 대륙 역시 맨틀 대류에 맞춰 조금씩 움직인다. 속도는 아주 느리다. 대륙은 한 해 최대 20㎝ 정도 거의 손톱이 자라는 만큼만 움직여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흩어진다. 초대륙은 나누어진 대륙들이 합쳐져 이루어진 거대한 대륙을 말한다.
대륙을 움직이는 큰 힘엔 판구조 운동과 진극 배회가 있다. 판구조 운동은 현무암으로 된 해양판이 화강암으로 된 대륙판보다 무거워 일어난다. 두 판이 만나는 곳에선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조금씩 말려들어간다(섭입). 섭입이 일어날 때마다 바다는 좁아지고, 먼 땅이 가까워진다. 그 결과가 지진과 화산폭발이다. 진극 배회는 지구 자전축이 크게 바뀌는 것이다. 손가락 위에서 공을 돌리면, 그 중심축이 계속 바뀌듯, 자전이 지속되면 외핵 주위의 지각과 맨틀이 움직여 끝없이 질량이 재분배된다. 그때 대륙 전체가 크고 빠르게 움직여 호주가 적도 부근으로, 뉴욕이 카리브해로 내려가기도 한다.
지구 40억 년 역사에서 초대륙은 최소한 세 차례 나타났다. 약 17억 년 전에 나타난 첫 번째 초대륙 컬럼비아 또는 누나, 약 10억 년 전에 나타난 로디니아, 약 5억 년 전에 만들어져서 3억 년간 지속된 판게아다. 컬럼비아 이전엔 지구가 식는 과정이라 지각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초대륙이 있을 수 없었다.
초대륙 판게아의 증거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의 해안선이 거의 같고, 두 대륙의 화석 생명체가 일치하는 등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5억 년간 생명체는 판구조 운동에 따른 대륙의 움직임에 맞춰 진화해 왔다. 판구조 운동에 따라 지진, 화산, 쓰나미 등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기후와 지형, 식생과 환경이 바뀔 때마다 그 적응 과정에서 지구 생명체는 진화와 멸종을 반복해왔다. 현재의 인류 역시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오늘날 지구 대륙들은 약 2억 년 후에 나타날 다음 초대륙을 향해 움직이는 중이다. 그 대륙의 이름은 아마시아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마시아 대륙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미국 뉴욕과 페루 리마는 서로 충돌할 것이다. 두 아메리카 대륙은 아시아와 북극해에서 마주칠 것이고, 호주 대륙은 북상해 유라시아와 충돌해 거대 산맥을 남길 것이다. 이때까지 인류가 존속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생존에 극히 불리한 기후변화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지구는 온실과 냉실 기후를 반복해왔다. 화산 분출은 황을 대량 분출해서 지구를 식혔고, 번성한 나무가 땅에 묻힐 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었다. 우리 역시 온난화를 해결하려면 이러한 지구공학적 방법을 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구와 함께 사유하는 법, 즉 지질 문해력을 익혀야 하는 이유다. 크게 생각하고 작게 행동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지혜다. 360쪽, 2만4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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