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컬러 살리는 프로야구 10色 ‘안타 세리머니’
우승 정조준 ‘L총 세리머니’
SSG, 랜더스 이니셜 딴 총시늉
두산, 곰돌이 연상 귀 모양 그려
LG, V4 기원 동작으로 텐션↑
한화, 독수리 발톱 하늘 위로
KT는 경례·전화 등 각양각색
창의적 세리머니 팀 모두 동참
선수 사기 올리고 관중도 열광

2025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에선 안타를 친 선수가 베이스 위에서 펼치는 다양한 ‘안타 세리머니’가 야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프로야구 인기가 더해갈수록 ‘팀의 사기’를 높이는 세리머니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개성 만점의 ‘홈런 세리머니’ 정도가 눈길을 끌었지만, 요즘은 10개 구단 ‘안타 세리머니’가 팬들의 눈길을 끈다. 특히 매년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전체가 참여해 팀의 상징과 바람 등을 창의적인 동작으로 연결시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SSG 선수들은 안타를 치고 나가면 손가락으로 대문자 ‘L’(랜더스의 앞글자)을 만든 뒤 벤치를 향해 총을 쏘는 시늉을 한다. SSG는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서 ‘안타 세리머니’ 공모를 진행했다. 당시 플로리다 캠프지에 있었던 선수, 프런트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1차 예선(?)을 통과한 5개 아이디어와 구단 유튜브 제작팀인 ‘쓱튜브’ 의견까지 총 6개 아이템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쓱튜브를 통해 공개 팬 투표를 진행했고, 포수 신범수가 낸 ‘L총 세리머니’가 약 3900표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 신범수는 “랜더스 L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다가 더그아웃과 함께할 수 있는 총 세리머니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수상작에는 작은 상금이 걸려 있었는데, 1차 캠프에서 포수 최고참이었던 신범수는 상금을 받은 뒤 포수 후배 조형우와 이율예에게 맛있는 밥을 사줬다는 후문이다.
NC도 영어 대문자 ‘L’을 쓰는 세리머니를 사용 중이다. L은 구단 캐치프레이즈 ‘LIGHT, NOW!’의 앞글자. 그런데 NC 선수들은 L을 뒤집어 땅을 가리킨다. 여기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올해 두산 선수들이 쓰는 ‘곰돌이 귀 세리머니’는 팬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선정 과정이 흥미로웠다. 올해 3월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양의지는 사회자로부터 ‘곰돌이 포즈’를 요청받았다. 당시 양의지는 곰의 귀가 있는 위치를 머리 부근이 아닌 본인의 귀 근처에 양손을 올리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이후 잘못된 귀 위치에 팬들이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고, 개막 직후 선수단 전체 투표에서 양의지가 표현한 곰돌이 귀 세리머니가 득표수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농구슛 세리머니’를 진행했던 키움은 이번 시즌 ‘키움 최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안타를 친 타자는 더그아웃을 향해 헬멧의 K 마크에 주먹을 맞댄 후, 엄지를 치켜든다. 키움을 상징하는 ‘K’ 마크를 강조하고, 엄지 손짓은 ‘키움이 최고’라는 의미를 담은 것. 포수 김재현이 제안한 것으로, 개막 전 팀워크 강화 토론에서 투표 끝에 안타 세리머니 아이템으로 결정됐다.
한화는 지난해 손가락으로 영어 이글스(EAGLES)의 앞글자인 E자를 만들어 어깨부터 쓸어내리는 세리머니를 썼다. 하지만 올해부턴 엄지부터 중지까지 독수리 발톱을 만들어 하늘을 찌르는 동작으로 변경했다. 한화 관계자는 “동작 자체가 텐션을 올리는 느낌이어서 분위기 업을 위해 채택됐다고 들었다”면서 “몇몇 어린 선수들이 하던 동작이어서 시초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LG는 프랑스 출신 유명 축구 스타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리머니를 차용해 눈길을 끈다. 양손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와 소지를 펴고, 양손 모두를 얼굴 옆으로 가져가 흔드는 세리머니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는 이지강이 아이디어를 냈는데, 손가락을 모두 4개나 펴기에 올해 4번째 우승을 도전하는 ‘V4’의 의미를 함께 담았다고 한다. 롯데는 주장 전준우가 낸 약속의 손짓을 사용한다. ‘올 시즌 가을 야구 가겠다’는 선수단 내 약속, 그리고 팬들과의 약속을 각오로 표현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 삼성과 KIA는 2년 연속 같은 세리머니를 사용 중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왕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삼성의 왕조 시절 대표 응원가인 ‘엘도라도’가 지난해 부활했고, 다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넣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도 지난해와 같은 한 손을 아래에서 위로 드는 세리머니를 사용한다. ‘분위기를 끌어올려 보자’는 뜻이다.
KT는 단체가 아닌 개별 세리머니를 추구한다. 그런데 군대에서 사용하는 세리머니가 유독 자주 눈에 띈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드는데, 이는 ‘안타 장전했다’는 의미다. 또 문상철은 2년 전부터 누상에 나가면 수류탄을 던지는 시늉을 한다. 상대 마운드를 폭격했다는 뜻이다. 또 황재균은 KT 이적 후부터 경례 세리머니를 유지 중이다. 이 밖에 김상수와 장준원은 전화를 받는 손 모양을 펼치는데 ‘안타를 쳤으니 전화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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