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더 강력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종전에 추진했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안에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안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더 독한 상법 개정 발상이다. 이 전 대표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힘 있는 이기적 소수”를 공공의 적(敵)으로 삼으려고 한다. 소수의 대주주와 다수의 소액주주 간 대립 구도에서 상법 개정의 명분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평가 책임을 ‘소수의 대주주’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우리 시장은 외국자본의 영향을 받은 지 이미 오래다. 외국자본 유입 여부에 따라 주가지수 변동 폭이 더 커졌다. 그런데도 이 전 대표는 ‘소수의 대주주’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 외국자본 유입이 확대돼 우리 주식시장의 주가지수가 500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의 남발과 이사회 내 경영권 분쟁이 심해진 국내 기업에 외국인이 투자할 리는 만무하다. 심지어는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하락한 우량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찬탈하려는 외국 투기자본의 사냥 본능이 활개를 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주주와 소수 주주 간 상생을 장려하는 상법 개정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점에서 그의 상법 개정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오히려 가속화하거나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 투기자본의 찬탈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우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이 신설되면 주가 하락 또는 이익 배당에 불만을 가진 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긴 호흡이 필요한 경영 판단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특히, 자본시장은 주가 차익을 노리는 외국 투기자본의 ‘위협 후 먹튀’ 패턴이 무한 반복 가능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역시 이사회 내 대립을 초래해 경영권 분쟁이 심해질 우려가 크다. 우리 상법은 이미 집중투표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상법이 모델로 삼은 일본은 단순투표제를 원칙으로 하고, 정관에 규정을 둔 경우에만 실시할 수 있다. 그래서 일본 기업 중 집중투표를 하는 곳은 거의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모든 기업에 집중투표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 1997년 상법 개정 후 정관으로 이를 배제하지 못한 국내 기업 중 상당수는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수많은 곤욕을 치렀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역시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먹튀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는 3인의 감사위원 중 1인만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출하게 돼 있다. 만약 상법이 개정돼 2인 이상의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도록 한다면 집중투표제와 연동돼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위협 후 먹튀’ 패턴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또한, 외국 측이 추천한 인사가 감사위원이 되는 경우 기업의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 기업비밀이 노출될 위험이 크다. 물론, 선한 외국자본도 있다. 그래서 의무화하지 말고 기업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 답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이재명표 상법 개정 공약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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