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경제부 차장

1분기 한국 경제가 0.2% 역성장했다. 이러다 올해 연간 성장률이 1%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4월 세계 경제 전망’에서 우리나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에서 1.0%로 낮춰 잡았다.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많이 깎았다. 계엄·탄핵 같은 정치적 요인에 미국 상호관세 발표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 확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그나마 버텼던 것은 수출이 선방했던 덕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였던 반면, 순수출 기여도는 1.9%포인트나 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發) 관세 폭격으로 올해는 ‘최후의 보루’ 수출마저 안갯속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가 본격화한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떨어졌고 대(對)미 수출은 14.3%나 쪼그라들었다.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지부진하던 추경 편성 작업이 속도를 내게 된 건 정부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12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하면서다. ‘필수 추경’으로 이름 붙인 이번 추경안에는 재해·재난 대응 3조2000억 원, 통상·인공지능(AI) 지원 4조4000억 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4조3000억 원 등이 포함됐다. 사실상 ‘급한 불’ 끄는 수준으로 GDP 제고 효과도 0.1%포인트다.

정부 역시 “경기 진작 목적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산불이나 통상같이 시급한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투입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고, 정부 역시 국회 증액 요구에 대해 “죽어도 안 된다고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추경 목적에 부합한다면 아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답해 증액 가능성에 문을 열어놨다. 이에 ‘포스트 대선’ 추경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번 ‘필수 추경’이 경기 회복에 역부족이니 6월 3일 대통령선거 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2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2차 추경은 판을 더 키운 ‘슈퍼 추경’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당 차원에서 소비 진작을 포함해 35조 원의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전망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관건은 사용처다.

재정 여건 역시 열악한 상황이어서다. 12조 원대 추경을 위해서도 이미 8조 원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해야 한다. 이번 추경만으로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8%에서 3.2%로 0.4%포인트 확대되며 재정준칙 한도(3%)를 넘어선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8.1%에서 48.4%로 치솟는다. 50%가 코앞이다. 추경 재원이 될 세입 기반도 악화한 상태다. 수출 악화로 기업 실적 개선이 불투명해지면서 올해까지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전성을 포기하고 추진하는 거라면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 소비쿠폰’처럼 소고기 한 번 사 먹고 끝나버릴 선심성·포퓰리즘 사업에 낭비해선 안 된다.

박수진 경제부 차장
박수진 경제부 차장
박수진 기자
박수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