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대법, 이례적 李 재판 신속 진행

대선 전 선고 내릴 가능성 커져

민주당은 선거 개입 강력 반발

 

후보 등록후 유죄 내리면 악몽

선거 전 무죄 받으면 李도 유리

6·3 선거전 결론 내리는 게 정도

꺼진 줄 알았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대선을 40일도 남겨 놓지 않는 상태에서 되살아났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안심했던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은 다시 긴장 모드로 들어갔다. 대법원이 소부 심리도 거치지 않고 바로 전원합의체에 넘기더니 22일에 이어 24일에도 전원합의체 회의를 열었다. 통상 한 달에 한 번 전원합의체 심리를 하는데 이번엔 이틀 만에 다시 연 것 자체가 이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대법원의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정치인들의 재판이 한없이 지연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과 함께 법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신속한 재판을 강조했고, 선거법 사건의 경우에도 법에 규정된 ‘6·3·3(1심 6개월, 2·3심 각각 3개월 내 선고) 원칙’을 지키라고 각급 법원에 지시한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사건 1심은 2022년 9월 기소돼 지난해 11월 15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1심을 하는 데 2년 2개월이나 걸렸다.

지난 3월 26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대법원으로 넘긴 지 한 달여 만에 전원합의체 논의가 속도를 내는 것은 6·3 대선 전에 대법원에서 선고를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봤지만, 대법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견제를 시작하고 있다. 당 게시판에는 조 대법원장을 탄핵하자는 의견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도부와 대변인이 나서서 일제히 대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2심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 전 대표 선거법 사건의 항소심 무죄 선고는 법조계 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이고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대법원 선고까지 다 난 ‘백현동 옹벽아파트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인 이 전 대표가 “국토교통부의 협박을 받았다”고 했는데도 무죄를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만약 대법원이 2심의 법리를 뒤집고 1심 유죄 판결에 손을 들어준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상고기각, 파기환송, 파기자판 100만 원 이상·이하 등 4가지다. 항소심 무죄 사건을 대법원이 자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만큼 상고기각이나 파기환송 두 가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무죄가 확정될 경우 이 전 대표는 탄탄대로이지만, 파기환송된다면 선거전에는 치명적이다. 대통령이 된 뒤 헌법 제84조(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 소추되지 않는다)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문제다.

만약 대통령도 이미 재판받던 사건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의 최악 상황은, 대통령이 되어도 낙마하고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 또, 대법원이 후보 등록(5월 10∼11일) 후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의 후보 등록은 무효가 되고 민주당은 후보를 낼 수 없는 처지가 된다. 1954년 제3대 대선 때 민주당 신익희 후보는 선거운동 중 급서했고, 1960년 조병옥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제4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사망하면서 자유당 이승만 후보가 무난히 당선된 바 있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이 무죄를 확신한다면 신속 재판을 환영해야 한다. 당당하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도 국민의 선택권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선거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2020년 이 전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허위사실공표죄로 1심 무죄, 2심 유죄, 3심 무죄를 받았던 전례가 거꾸로 될까 하는 우려가 크다. 이번에는 1심 유죄, 2심 무죄인데 3심이 유죄로 내려진다면 이 전 대표에겐 이보다 더한 악몽이 없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을 강력히 저지한 것도 혹시 대통령이 됐을 때 재판 중단을 결정할 헌법 해석을 얻어내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의 사법적 문제가 이렇게 논란이 된 적은 없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번 기회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투표하러 가야 한다.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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