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3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물론 보수 정치세력 내부에서 ‘선거 승리’를 최우선 가치로 놓고 무슨 결단이든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경선 4강에 진출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는 24일 진행된 맞수 토론에서 계엄·탄핵에 대해선 결이 다른 주장을 했지만,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뭐든 해야 한다”(한동훈)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에 모두 긍정적 입장을 보였고, 별도 회견을 열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도 빅텐트 협상”(홍준표)도 공약했다.
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의 윤희숙 원장은 이날 대선 법정(法定) 방송연설에서 “국민의힘은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했지만, 즉각 부정하거나 취소하지 않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계엄 27일 만에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윤 원장은 “대통령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다”면서 “그런 움직임을 추종했거나 말리지 못한 정치, 즉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잘못을 열거했다. 또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이라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기 힘들다. 맞수 토론에서 김문수 후보는 탄핵 책임을 윤 전 대통령이 아닌 당시 당 대표였던 한동훈 후보와 인수위원장을 했던 안철수 후보에게 전가하거나 ‘계몽령’주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권 교체 및 탄핵 찬성 여론이 여전히 압도적인 상황에서 보수 정치의 활로는 명확하다. 계엄에 대해 당론으로 사죄하고, 탄핵 찬반에 대해서는 각자의 소신에 따른 선택이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비방하지 않으며, 윤 전 대통령과는 절연하는 것이다. 이런 진정성 있는 실천이 이어져야 국민 마음이 다소나마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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