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20년… 유해 영상 무방비

 

로그인·성인 인증 안 해도 시청

수익 창출 금지 조치에도 재게재

청소년 54% “선정적 콘텐츠 경험”

 

현행법상 방심위 강력 제재 못해

“특별법 만들어 강제성 부여해야”

썸네일도 ‘자극적’ 

썸네일도 ‘자극적’ 

25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선정적 영상이 성인인증 없이 볼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유튜브 캡처

‘어떤 여자 몸매가 취향이야?’ ‘10대 여고생들이 끌리는 낯선 남자의 매력 포인트’.

최근 ‘1020 최신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 제작’을 표방하는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의 제목이다. 구독자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 채널엔 10대와 성인의 스킨십 등 선정적 내용을 담은 웹드라마가 성인인증 없이 볼 수 있도록 전체 공개돼 있다. 한 영상은 학교 보건실에서 보건교사와 학생이 침대 위에서 스킨십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월간 사용자가 25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는 유사 포르노 영상, 폭력적 영상, 가짜뉴스, 도박·마약 영상 등이 사실상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방치돼 있다.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은 유튜브의 영향력이 이미 기존 방송을 추월했지만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은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확인한 구독자 약 50만 명의 한 유튜브 채널엔 속옷을 연상케 하는 운동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해 남성과 스킨십을 하거나, 짧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영상들이 올라와 있었다.

성적인 내용 외에도 유튜브엔 쉴 새 없이 욕설과 혐오 표현이 오가는 ‘술방’, 각종 가짜뉴스와 자극적 루머를 생산하는 ‘사이버 렉커’,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노출되는 게임 방송, 실시간 도박 생중계 영상 등 다양한 유해 콘텐츠가 성인인증 없이 볼 수 있도록 노출돼 있다. 이런 영상들은 유튜브의 수익 창출 금지 조치인 ‘노란딱지’를 받아도 ‘노딱재업’ 등의 제목을 단 채 다시 올라왔다.

무엇보다 아동·청소년들의 유튜브 이용시간이 길어지면서 선정적 콘텐츠에 더 자주 노출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2023년 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만 3~9세 어린이의 경우 하루 평균 유튜브 이용 시간이 80여 분에 달했고, 콘텐츠의 선정성에 영향을 받는다(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 28.7%, 매우 영향을 끼친다 16.0%)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4.7%에 달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3년 말 보고서에서도 ‘유튜브를 시청하다 보면 선정적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곤 한다’고 대답한 청소년은 54.0%로 절반이 넘었다.

유튜브 측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해 콘텐츠에 관한 커뮤니티 가이드가 마련돼 있고, 자체 인력이나 머신러닝 시스템을 통한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특정 콘텐츠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자체 검토 후 삭제하거나 채널 정지·폐쇄까지 이뤄진다. 그러나 범람하는 유해 콘텐츠를 막는 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튜브 콘텐츠는 현행법상 방송이 아닌 정보통신의 영역에 포함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시정 요구를 해도 강제력 있는 제재가 아니어서 결국 플랫폼의 손에 맡겨진다.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광고주 친화적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콘텐츠 유형에 따라 다른 심사 기준을 적용하기도 해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해외 플랫폼인 만큼 각국에서 규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해 특별법을 만들고 강제성과 구체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희 기자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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