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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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193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40대가 항소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보상해준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감형을 요청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HUG 상대로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해 보증보험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켜놓고 국가가 피해자들을 보상한다는 이유로 감형을 주장하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4-2부는 24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0대) 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A 씨에게 사기죄의 법적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날 검찰은 A 씨의 항소 기각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 측은 “전세사기 범행 관련 4세대에 대해서는 보증금을 가로챌 고의가 없었다”면서 “또 공소장 사실관계 중 A 씨가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녔다는 사실은 거짓이다. 주범인 B씨가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또 “A 씨가 무자본 갭투자로 큰 수익을 얻으려 한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다. 부동산 투자에 무지했던 A 씨가 범행을 끊지 못하고, 이어 나가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범죄 수익 대부분은 주범인 B씨가 챙겨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 씨 측은 피해자들이 HUG의 보증 보험으로 피해가 어느정도 회복되는 점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최후 변론에서 “이 사건의 모든 피해자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평생 반성하면서 살아가겠다”면서 “저는 임대업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가 아내 명의로 받은 대출 때문에 아내는 파산됐고, 아이는 아동구호단체에서 지급되는 구호식품을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말기 암인 아내에게 가족들의 생계까지 부담시키기에는 15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 선처 부탁드린다”며 눈물을 터트렸다.

이날 사건을 방청한 전세사기 피해자 C씨는 “A 씨가 위조된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해 HUG로부터 보증 취소를 당했다”면서 “이후 피해자들이 수년간 거리에 나서 부당함을 호소하고, 언론사와 정치권의 제보를 하면서 HUG로부터 피해 구제를 받게 된 것인데 A 씨가 감형 사유로 주장하는 것을 보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157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명목으로 총 193억455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자기자본 없이 임대차 보증금과 담보대출금으로 건물을 인수하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깡통주택 190가구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A 씨는 피해자들의 임대차 보증금으로 건물을 인수하거나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는 등 일명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또 2022년 10월~2023년 6월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 36장을 HUG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대차 계약서가 위조된 사실을 뒤늦게 안 HUG는 A 씨의 건물의 모든 보증보험을 취소했고, HUG의 보증보험만 믿고 있었던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이후 피해자들은 수년간 부당함을 호소한 끝에 지난해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피해 구제를 받게 됐다.

박준우 기자
박준우

박준우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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