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을 기회로, K-인더스트리 리부팅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1사업장 ‘스마트 팩토리’

조립·이송 등 첨단로봇 80대

쉽지 않은 공정자동화 이뤄내

 

독자 기술로 100% 국산 엔진

2030년대 중반까지 개발 목표

지난 24일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들이 KF-16 전투기용 F100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난 24일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들이 KF-16 전투기용 F100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창원=장병철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개발·생산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까지 전 주기에 걸쳐 통합 역량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항공 엔진 전문 기업입니다.”

지난 24일 방문한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독자적인 전투기 엔진 기술을 보유한 7번째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공장 내부에 설치된 20㎝ 두께의 두꺼운 철재 문 2개를 통과하자 비로소 육중한 크기의 엔진 거치대가 설치된 ‘엔진 시운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둘러본 엔진 시운전실은 다양한 엔진 성능을 실험하기에 최적화된 모습이었다. 시운전실은 벽 두께만 2m에 달했는데 회사 관계자는 “이를 통해 방음·방폭·방진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시운전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거나 MRO를 진행한 엔진의 성능을 최종적으로 시험하는 곳이다. 현재 창원사업장에서는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보라매에 탑재되는 F414 엔진과 ‘T-50’ 계열 항공기에 탑재되는 F404 엔진, 최초의 국산 헬기 ‘KUH’ 수리온에 탑재되는 T700 계열 엔진 등 다양한 항공 엔진들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46년간 항공 엔진 유지·보수를 진행하며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MRO 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여전히 군용 엔진에 대한 MRO 물량이 많지만, 최근에는 상업용 엔진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곳에서 유지·보수 작업이 진행된 엔진은 이 시운전실에서 성능 테스트를 거쳐 다시 고객에게 인도된다”고 설명했다.

◇항공 엔진 개발 도전 나선 한화에어로, MRO 시장도 주목 =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개발·생산을 넘어 항공 엔진 MRO 분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개발한 FA-50 경공격기와 T-50 훈련기, KF-21 전투기 등 군용 항공기 수출이 확대되고, 엔진의 국산화율이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항공 엔진 MRO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우리가 생산한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 수출이 늘고 있는데 해당 국가가 전투기를 도입하면 거기서 끝이 아니라 최소 수십 년은 해당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MRO 작업이 30∼50년 이상 이어지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MRO 시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정 KPMG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 엔진 MRO 시장은 2023년 430억 달러(약 61조7000억 원)에서 2033년 634억 달러(9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미국이 해외 주둔 미군의 운용 장비들을 우방국에서 정비하는 ‘RSF(Regional Sustainment Framework)’ 정책을 추진 중인 것도 한화 측에는 기회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된 전투기 엔진의 MRO 작업을 미국 본토에서 일일이 진행하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MRO 역량을 갖춘 우방국의 방산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실제 RSF를 추진 중인 미국 국방부 소속 관계자는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을 방문해 관련 설비 등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보안 문제 등을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데 전체 사업장을 둘러보고 최종적으로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 앞세워 엔진 부품 시장도 공략 = 창원1사업장 내 조성된 스마트팩토리에 들어서자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 등에 탑재될 엔진 부품이 분주히 생산되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항공 엔진 부품 사업에도 진출, 세계 3대 엔진 제작사(OEM)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프랫 앤드 휘트니(P&W)·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가고 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업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생산 공정이 자동화돼 있었다는 점이다. 1만1000㎡(3310평) 규모에 달하는 공장 내부에는 자동조립·연마·용접·물류 이송로봇을 비롯한 첨단 장비 80여 대가 유연생산시스템(FMS)에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엔진 부품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 보편적인 만큼 공정 자동화가 쉽지 않지만 GE에어로스페이스의 ‘리프(LEAP)’ 엔진에 탑재되는 고압 터빈 케이스 등 40종의 제품에 대해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덕에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엔진 부품 사업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독자 엔진 개발로 전투기 엔진 7대 강국으로 = 항공 엔진 분야는 우리나라 미래 성장을 책임질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 기획재정부의 신성장 원천기술, 국방부의 10대 국방전략기술에 항공 엔진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대 중후반까지 100% 국내 기술을 통해 독자적인 항공 엔진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와 함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에 탑재된 엔진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1만6000lbf(파운드포스·1만6000파운드 무게를 밀어 올릴 수 있는 힘)급 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가진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등 6개국뿐이다. 이들 국가는 각종 규제에 따라 엔진 관련 기술 이전과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미래 전쟁 패러다임이 변화해 6세대 유무인 전투기 수요가 확대되면 항공 엔진 수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 엔진 독자 개발은 자주국방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와 부품들을 국내 100여 개 기업이 대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자 항공 엔진 개발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50년까지 약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엔진 시운전실’에서 엔진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엔진 시운전실’에서 엔진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난 10년간 1조 8000억원 투자… 2035년까지 매출 70조·영업익 10조 목표

200명인 항공엔진 R&D인력

3년 뒤 500명 이상으로 증원

‘항공 엔진’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와 인재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항공 엔진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조8000억 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항공 엔진 개발 및 시설 투자에 약 5400억 원, 항공 엔진 국제 공동 개발(RSP)에 약 7900억 원, 해외 사업장 인수 및 설립에 약 4800억 원 등을 투자했다.

엔진 개발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외 연구 센터 설립 및 인재 채용을 통해 현재 200여 명인 항공 엔진 연구·개발(R&D) 인력을 2028년까지 500명 이상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정부와 함께 1400마력의 터보프롭엔진과 5500lbf(파운드포스·5500파운드 무게를 밀어 올릴 수 있는 힘)급 무인기용 엔진, 1만lbf급 무인기용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1만6000lbf급 전투기 엔진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엔진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인기 전문기업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신형 무인기 ‘GE-STOL’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무인기 체계 및 엔진 개발, 양산 시설 구축에 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더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엔진을 넘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11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도 단행한다. 투자 금액은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 투자 6조2700억 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R&D 투자 1조5600억 원 △지상 방산 인프라 투자 2조2900억 원 △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 9500억 원 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오는 2035년까지 연간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장병철 기자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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