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다이빙 주한中대사
SNS에 푸바오 동영상 공유하고
中학생 도운 韓버스기사 사연 써
전임 ‘비호감 이미지’ 상쇄 노력
美의 관세 유예에 中 역할 띄워
일각에선 “오만하다”는 평가도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日대사
일본인 인연 목포 고아원 가고
의인 이수현 부산 묘지 참배도
한·일 평화 초점맞춘 행보 눈길
위안부·독도 영유권 문제 등
여전히 양국관계 막는 장애물

다이빙(戴兵·58) 주한 중국대사와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64) 주한 일본대사가 전임 대사를 뛰어넘는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이 대사는 전임 대사나 전랑외교(戰狼外交)로 비롯된 ‘비호감 이미지’를 덮으려는 듯 친근하고 신사적인 내용의 SNS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있다. 반면, 미즈시마 대사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예민한 발언은 삼가고 화해 및 교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글로 푸바오 근황 올리며 친근 이미지 = 다이 대사는 24일 오후 자신의 SNS에 “이틀 전 청두(成都) 동료에게 한국 친구들이 푸바오(福寶·한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자이언트판다)의 근황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청두 쪽은 이를 매우 중요시하고 기뻐했으며 곧바로 푸바오의 영상을 보내왔다”며 푸바오의 근황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다이 대사는 “푸바오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이 정말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다”며 “푸바오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엔 “얼마 전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버스 안에서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은 중국 유학생에 대한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 버스 기사가 탑승객들의 양해를 구하고 병원까지 버스를 몰고 갔을 뿐 아니라 이 학생을 업고 응급실까지 이송해주고 진료비도 대신 납부해줬다고 설명했다. 다이 대사는 “중·한 양국 국민 간에 이렇게 도움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큰 감동을 받았고 중·한 우호에 대해 신심(信心)이 넘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다이 대사는 마라탕, 탕후루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중국 음식들도 한글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싱하이밍(邢海明) 전임 대사의 전랑외교 행보로 인한 비호감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전랑외교는 ‘늑대 전사 같은 외교’라는 의미로, 중국 특유의 공격적인 외교 스타일을 가리키는 용어다. 싱 전 대사는 지난 2023년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공개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외교부는 싱 전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다만, 민감한 사안에 있어선 다이 대사도 친근한 이미지를 잠시 접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중국이 한국 선거에 개입한다는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시행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하자, 지난 11일 SNS에 “잊지 마십시오. 중국의 반격과 저지가 없었다면 90일 유예기간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미국’이라 적힌 양(羊)이 ‘중국’으로 표기된 양을 들이받으려다 물러서는 영상도 함께 게시했다. 이를 두고 다이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활용해 반중(反中)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로 올렸단 평가와 함께 ‘오만하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다이 대사는 제9대 주한 중국대사로 1995년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사(아프리카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아프리카사장(국장)을 지내고 2020년부터 유엔 주재 대표부 부대표를 맡았던 다자외교 전문 외교관이다. 그동안 주한 중국대사들이 한국어에 능통한 ‘한반도통’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교 정상화 60주년 맞아 평화와 화해에 초점 = 미즈시마 대사는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만큼, 화해와 평화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였다. 미즈시마 대사는 지난 2월 20일 전남 목포에 있는 고아원인 공생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일본 고치(高知)현 출신의 다우치 지즈코(田內千鶴子) 씨가 봉사 활동을 하던 곳으로, 다우치 씨는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고초를 당할 뻔했지만 고아들에 대한 그의 헌신을 목격한 마을 주민들 덕분에 고초를 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즈시마 대사는 다우치 씨의 아들인 다우치 모토이(田內基) 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과 복지 분야의 한·일 교류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엔 부산시립공원묘지를 방문해 고 이수현 씨의 묘지를 참배했다. 이 씨는 지난 2001년 1월 26일 JR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사망한 의인이다. 이후 신오쿠보역엔 이 씨를 그리는 기념물이 생겼고, 추모기금이 모여 장학재단도 만들어졌다. 이 씨의 죽음은 일부 정치인들의 망언과 역사 왜곡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민간 교류 가교 역할을 해왔다.

미즈시마 대사는 특별히 SNS 활동을 하진 않지만, 한·일 청년들 간 교류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 현장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미즈시마 대사는 지난 2월 24일 주한 일본대사관을 방문한 한일학생미래회의 대학생 회원들을 직접 만나 학생들의 경제, 사회, 정치·외교, 문화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미즈시마 대사는 일·한 경제협력의 중요성과 대사관의 역할, 그리고 일·한 양국 및 동아시아를 넘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다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7월엔 한·미·일 글로벌 리더십 청년 서밋 개막식에 참석해 젊은 세대의 국경을 초월한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만 과거사는 양국 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오랜 장애물이다. 지난 25일에도 한국 사법부가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유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자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 외무상 담화가 발표됐다.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의 적용이 부정되어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한국 역시 도쿄(東京)에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 포함된 국립 영토주권전시관이 재개관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즉시 폐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일본 정치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해 5월 부임한 미즈시마 대사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1985년 외무성에 들어갔다. 주미국 일본대사관 참사관, 북미국 북미 제2과장 등을 지내며 대미 업무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로도 근무했다. 당시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여파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던 시기로, 미즈시마 대사는 한·일 관계의 민감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승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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