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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자연지진 신호에 탐지율 급락

“반복되면 탐지 더 어려워”

지하 핵실험의 지진파 신호를 인근 자연지진 신호로 가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하 핵실험을 숨길 수 없다는 기존의 통설을 반박하는 내용이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조슈아 카마이클 박사 연구팀은 최근 ‘미국지진학회지’(BSSA)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수집한 핵폭발 데이터 및 자연지진 데이터를 활용해, 폭발 규모를 조정한 신호를 지진 신호에 집어넣고 이를 기술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폭발 신호가 지진 신호에 가려지는 ‘폭발 마스킹’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7%로 확률로 1.7t 규모 지하 폭발을 식별할 수 있는 첨단 탐지기술도 폭팔 100초 내 250㎞ 이내에서 자연 지진이 발생할 경우 탐지율이 37%까지 떨어진다.

또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생기는 신호가 폭발 신호에 겹칠 경우에는 탐지 확률이 16%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핵실험 감시에는 대기 중 특정 방사성 핵종 존재 여부 등 다른 방식들도 있는 만큼 지진과 핵폭발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해서 완전히 감춰질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카마이클 박사는 “폭발과 지진의 파형이 겹치면 우리가 가진 가장 민감한 디지털 신호 감지기로도 폭발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흐려진다”고 말했다.

이는 2012년 미국 국가연구위원회(NRC)가 발표한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보고서를 반박하는 결과다. 당시 NRC는 핵실험 폭발 신호는 자연지진과 달라 숨기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지진학회는 “지진 신호가 폭발 신호를 가릴 수 없단 결론을 내린 2012년 보고서를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며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카마이클 박사는 “특히 최근 20년간 6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북한의 경우 주변에 설치된 지진 관측장비가 늘면서 핵실험장 인근에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소규모 지진 활동이 있었던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지진 신호로부터 폭발 탐지 확률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방법론’을 제공한 것”이라며 “이 정보를 다른 감시 도구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혁 기자
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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