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상 변호사, 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전 당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심리를 대법원이 신속히 진행하는 것은 선거범 재판을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하라고 명시한 공직선거법대로 하는 것이다. 만약 대법원이 1심과 같이 이 후보를 유죄로 판단해 고법 판결을 파기한다면 대법원이 자판(自判·스스로 판결)할 것인지 고법에 환송할 것인지를 살펴본다.

첫째, 이 사건은 그 소송기록과 1, 2심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에 충분하다. 1, 2심이 합계 9개월 이내에 심리와 선고를 했어야 할 이 사건을 30개월이나 걸려서 심리와 선고를 했기 때문에 유무죄 및 양형에 관해 더 사실을 심리할 것이 없으므로 고법이 더 심리하라고 환송할 사건이 아니다.

둘째, 요즘 대다수의 논평이 대법원의 파기자판 양형 사례가 없거나 극히 적다는 이유로 이 사건 역시 대법원의 파기자판 가능성은 없거나 극히 적다고 한다. 그러나 파기자판의 양형 사례는 있다. 우선, 항소심 판결 중 폭행죄에 관해 공소기각한 부분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면서 형 선고유예의 자판을 한 대법원 85도2518 판결이다. 그리고 강도상해죄와 강제추행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인데도 상상적 경합관계라고 본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6월 양형의 자판을 한 대법원 2006도2621 판결이다. 또,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항소 기각의 자판을 한 대법원 75도3312 판결이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여러 파기자판 양형 사례도 있다.(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항소기각의 자판을 한 전원합의체 1972. 12. 20. 판결과 1심 실형, 2심 무죄, 3심 집행유예 자판인 1982. 6. 24. 판결 등) 이 후보처럼 형사피고인이 공직 후보로 된 적은 없기에 이 사건에 꼭 맞는 판례가 없을 뿐이다.

셋째,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와 직결되는 양형이라는 중대사를 대법원이 파기자판 하지 않고 파기환송해 하급심 판사 3명에게 미루는 것은 비겁하다. 헌법이 ‘최고법원’이라고 명시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 12명이 자판하는 게 당당하고 타당하다. 대법원 소부에서 양형을 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 정도의 중대사를 하급심에 떠넘겨선 더욱 안 된다.

넷째, 파기환송할 경우 판결 확정이 지연되고 여러 달 동안 양 진영의 대립과 갈등이 극심할 것이다. 또,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관련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 큰 논란이 벌어지고,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런 경우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개별사건법률(특정인이나 특정사건에만 적용되는 법률)의 입법을 통한 방탄 개연성이 있다. 개별사건법률은 강하게 위헌 추정된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례인데도, 이 후보가 당선되면 그가 임명하는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의 주도로 헌재가 그런 법률을 합헌으로 결정할 개연성도 있다.

그러므로 만약 대법원이 이 후보를 유죄로 판단한다면 환송 아닌 자판을 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도록 100만 원 미만의 벌금을 선고할 수도 있고,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할 수도 있으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징역 1년에 집행유에 2년인 1심 판결을 확정지을 수도 있다. 대법원의 신속한 자판을 바란다.

이충상 변호사, 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이충상 변호사, 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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