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연료시설 공격으로

항구 묶인 미사일연료 폭발한듯

 

이란은 “군용 자재 없었다” 부인

자욱한 연기

자욱한 연기

이란 남동부 최대 항구인 호르모즈간주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다음 날인 27일 소방대원들이 검은 연기가 치솟는 컨테이너 선적장에서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란 항구 폭발 사고에 따른 화재가 이틀째 이어지고 사상자가 1000명이 넘어서는 등 피해가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다. 중국산 미사일 연료 폭발이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이스라엘의 연료 시설 공격 탓에 항구에 장기간 원료를 쌓아두는 등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것이 폭발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AP통신은 이란 남부 반다르 압바스에 위치한 샤히드라자이항에서 전날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붉은색을 띠는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연기가 지난 2020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 직전에 나왔던 것과 비슷하다며 이번 폭발 역시 화학물질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민간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는 이란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미사일 원료인 과염소산암모늄이 지난 3월 해당 항구로 반입됐다며 “탄도미사일에 사용될 고체 연료 선적물을 당국이 부적절하게 취급한 데서 (폭발이)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이 해당 연료를 한 달 동안 항구에서 정제소로 옮기지 않았던 것을 두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과의 무력 갈등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공습했을 당시 미사일 연료를 생산·정제하는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는 바람에 이번에 폭발한 중국산 원료가 해당 항구에 묶여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란 국방부 대변인은 폭발 현장 주변에는 군용 자재가 없었다며 탄도미사일용 고체 연료가 폭발 원인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정확히 어떤 물질로 인해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란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연관설도 나오고 있다. 모함마드 시라지 이란 국회의원은 컨테이너에 폭발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며 “이스라엘이 폭발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원인 규명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40명으로 늘어났다. 부상자도 1000명을 넘어섰다. 반면 병상이 부족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190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고 이틀째인 이날 현재 화재 진압률은 약 80%로 아직 완벽하게 진화를 못 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강풍 등 영향으로 나머지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호르모즈간주 정부는 29일까지 사흘간, 중앙정부는 28일 하루를 애도일로 정했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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