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이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 우즈 잭 니클라우스 시그니처 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 4라운드 18번 홀에서 칩샷을 시도하고 있다. AP뉴시스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이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 우즈 잭 니클라우스 시그니처 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 4라운드 18번 홀에서 칩샷을 시도하고 있다. AP뉴시스

예상 못 한 실수 하나에 결국 ‘부’와 ‘명예’가 모두 날아갔다.

2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 우즈 잭 니클라우스 시그니처 코스(파72)에서 막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는 사이고 마오(일본)의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 역대 최다인 5명의 선수가 18번 홀(파5)에서 연장을 치른 끝에 사이고가 유일한 버디를 잡고 ‘호수의 여인’이 됐다. 우승 상금 120만 달러(약 17억2000만 원)는 덤이다.

사이고의 우승은 예상 밖의 결과다. 정규 4라운드 18번 홀의 마지막 순간까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가장 앞서며 자신의 세 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이자 13번째 LPGA투어 우승 트로피를 눈 앞에 뒀기 때문이다. 쭈타누깐이 18번 홀 세 번째 샷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쭈타누깐은 18번 홀에서 러프에 깊이 박힌 공을 꺼내다 이른바 ‘뒷땅’을 치는 실수를 했다. 쭈타누깐은 자신의 실수에 당황한 듯 앞에 있던 캐디를 바라본 뒤 서둘러 러프 탈출을 시도했고, 공은 홀을 스쳐 지난 뒤에도 한참을 더 굴러갔다. 결국 쭈타누깐은 이 홀에서 1타를 잃고 연장 승부로 향했고, 끝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쭈타누깐의 이 실수는 자신은 물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쭈타누깐이 속한 조는 이날 경기 지연 때문에 LPGA투어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다. 하지만 18번 홀에서만큼은 달랐다. 쭈타누깐은 러프에 박힌 자신의 골프공을 꺼내기 위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스윙에 나섰다.

결과는 헛스윙. 잔디에 박힌 공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쭈타누깐의 스윙은 공이 아닌 뒷땅을 쳤고, 땅에 맞고 튀어오른 웨지는 공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쳤다.

쭈타누깐의 이 실수는 우승자가 바뀌는, 어쩌면 올해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됐다. 쭈타누깐의 실수는 사이고의 환호가 됐다. 지난해 우승 없이 LPGA투어 신인상을 받았던 사이고는 LPGA투어 2년, 37번째 출전 만에 자신의 꿈을 이뤘다.

쭈타누깐은 연장이 확정된 이후 계속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연습하는 장면이 TV중계를 통해 공개됐다. 마치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듯 계속해서 칩샷을 반복했다. 하지만 연장에선 칩샷을 다시 선보일 기회가 다시 오진 않았다.

대회 종료 후 인터뷰에서도 쭈타누깐에겐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이 나오진 않았다. 다만 쭈타누깐은 “전반 9홀은 매우 견고했지만 후반 9홀에서는 파 5에서 두 번의 보기를 포함해 몇 가지 실수를 했다”며 “그래도 이번 주 내내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 했고, 만족스럽다. 좋은 점은 계속 이어갈 것이고 아마도 쇼트게임은 조금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긍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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