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수의 Deep Read - ‘널뛰기 판결’의 숨은 코드

 

이재명 선거법 1·2심 등 곳곳 널뛰기 판결… 법치의 기본적 요청인 상식·예측가능성 무너져

사법부 내 이념·집단적 성향 확산 막기 절박… 대법원, 국민적 사법 불신 방지 대책 내놔야

최근 널뛰기 판결이 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에 대한 1심과 2심 판결이 정반대의 결과를 보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한국 사회 내 고질적인 진영 대립의 축소판처럼 보일 뿐 아니라, 법치의 기본적 요청인 예측가능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사법 신뢰는 법원이 독립성과 공정성을 토대로 예측가능한 판결을 할 때 비로소 형성된다. 법원의 널뛰기 판결은 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법 불신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제반 분야가 발전하고 선진국 초입에 들어섰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정치의 후퇴가 심각해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른 국민적 갈등이 심각해지고, 사법에 대한 신뢰의 추락은 대한민국의 갈등과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법은 정치의 일탈과 남용을 막기 위한 통제장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해묵은 정치 불신에 더해 사법 불신까지 심해지면서 대한민국의 진영 갈등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으며, 갈등 구조가 경제·사회·문화의 다양한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영 갈등의 극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으나, 과거 영·호남 갈등이 그러했듯이 해묵은 갈등과 불신은 어느 한순간에 해소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 불신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이제 사법 불신까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의 갈등 구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사법은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해관계의 충돌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법적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재판은 패소한 당사자의 불만은 물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법적 분쟁의 합리적 해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한 재판은 승소자뿐 아니라 패소자도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이어야 하며, 제3자인 국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재판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법관이 공개재판의 원칙에 따라 투명한 절차로 재판해야 한다.

국민의 사법 불신이 커진다는 것은 곧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다는 것이며, 이는 지속적인 정치 불신과 함께 대한민국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널뛰기 판결의 원인

사법에 대한 신뢰가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된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그것은 동시에 널뛰기 판결이 많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첫째, 계속 심해지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정치 문제는 정치과정에서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진영 갈등이 심화하면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고, 그 결과 정치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해졌다. 정치의 사법화는 그 반작용으로 사법의 정치화를 자극한다. 사법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커지고 사법부 코드인사에 의해 판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법복을 벗은 직후 정당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는 사례들이 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둘째, 각종 법관 인사정책의 실패. 서구적인 법관 인사 방식인 ‘법조일원화’는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평가되며, 김명수 사법부에 의해 시행됐던 법관 인사의 변화도 널뛰기 판결에 일조한 바 있다. 법조일원화는 일정 경력 이상의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도록 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나타났다. 변호사 경력을 통해 사회적 인맥과 돈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매우 커진 것이다.

과거 김명수 체제의 법관 인사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제도의 폐지로 법원 내 유능한 인재들이 법원을 떠나게 한 것, 법관 근무평정 완화로 법관들이 재판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풍토가 약화된 것. 이는 재판 지연 등의 문제를 낳기도 했다.

셋째, 이념적·집단적 성향 확산.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조직은 법관이 개인으로서 사건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적·집단적 의식을 공유하게 하는 문제를 낳는다. 이는 무엇보다 법관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되며, 사건 자체의 분석보다는 담당 법관이 어느 집단에 속한 어떤 성향의 법관인지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 결과가 널뛰기 판결이고, 국민의 사법 불신인 것이다.

◇개선 방향

원인의 분석은 개선을 위한 대안의 모색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 원인이 간단치 않으니, 개선을 위한 대안도 쉽게 이야기될 수 없다. 정치의 사법화나 사법의 정치화 문제도 그렇고, 법관 인사의 문제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운 것들이다.

가장 시급하게 손을 봐야 할 과제는 사법부 내 코드인사를 막는 개혁, 그리고 법원 내의 이념적·집단적 행동의 금지다. 사법부 코드인사는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그 결과 사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눈에 띄게 추락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법원 내 이념적·집단적 조직의 존재도 역시 사법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각종 연구회의 이름으로 법관들이 이념성과 집단성을 갖게 되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법관 인사제도와 사법의 정치화 문제에 대한 개혁이다. 법관 인사제도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중·장기적이고 전략적 접근을 통해 법관의 신분적 안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예컨대 유능한 법관들이 로펌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조건, 혹은 어떤 대우가 필요한지도 고민해야 하며, 열심히 일하는 법관들이 법원 내에서 제대로 대우받기 위해 어떤 제도를 도입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중지를 모아야 한다. 이런 문제들의 합리적 해결이 선행될 때 사법의 정치화 문제도 합리적 해결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과거 사법부 위기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과정에서 법관들의 엘리트 의식이 국민의 사법 불신이나 그 파급효과를 경시하는 태도로 나타났던 점은 치열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 결과가 재판거래 의혹이나 사법농단 의혹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서 사법부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개혁은 타이밍

개혁은 타이밍이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토대로 상식의 최소화를 통해 판결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사법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 이제라도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자

■ 용어 설명

‘재판의 공정성’은 사법의 본질이며, 이를 위해 사법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청됨.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독립성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사법 독립은 민주국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됨.

‘법조일원화’는 재조(판·검사)와 재야(변호사)를 일원화한다는 뜻으로, 법조 경력을 쌓은 변호사 자격소지자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제도. 한국의 온정주의 문화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음.

■ 세줄 요약

사법 불신: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전제돼야. 대한민국은 지금 국민의 사법 불신이 커지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추락 중. 이는 정치 불신과 함께 한국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

널뛰기 판결의 원인: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법관 인사정책 실패의 부작용이 재판 공정성을 훼손. 여기에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이념적·집단적 성향의 확산이 널뛰기 판결의 원인으로 작용.

개선 방향: 사법부 내 코드인사를 막는 개혁, 법원 내 이념적·집단적 행동의 금지, 법관 인사제도와 사법의 정치화 문제 개혁이 시급. 개혁은 타이밍임. 사법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대법원의 적극적 노력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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