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군사위성 ‘425 프로젝트’
2027년까지 1조3000억 투입해
核·미사일 등 ‘대북감시망’ 강화
올까지 중대형 5호기 발사 목표
3분내 타격준비·25분 이내 명중
고해상도 영상 수신 ‘SAR’ 위성
가시광선·적외선 활용 ‘EO·IR’
주·야간 구분없이 정보수집가능
발사경쟁 벌여왔던 北 정찰위성
지난해 공중폭파 사고이후 침체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우리 군 정찰위성(偵察衛星·Reconnaissance satellite) 4호기가 지난 22일 우주 궤도에 정상 진입했다. 목표 궤도는 약 500∼550㎞ 저궤도로 알려졌다. 이번 4호기 발사는 2015∼2027년 총 1조3000억 원을 투입해 한반도와 주변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정찰위성 5기를 띄우는 ‘425 사업’의 일환이다. 2023년 12월 발사된 1호기가 지난해 8월 전력화됐고, 2·3호기는 지난해 4월과 12월 각각 발사돼 현재 전력화를 진행 중이다. 우리 군은 연내 중대형 군사위성 5호기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군 정찰위성 5기를 군집 운용하며 북한을 물샐틈없이 정찰·감시할 ‘425 사업’ 성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1. 425 사업 목적
우리 군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탐지하고 적 종심(縱深) 지역 전략표적 감시를 위해 군 정찰위성 5기 확보를 목표로 하는 ‘425 사업’을 수립했다. 국방부는 “군 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전력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공격 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찰위성은 현대전에 필수적인 정보감시정찰(ISR·Intelligent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의 핵심 전력이다. 킬체인의 ‘눈’ 역할을 한다. 기존 ISR 전력 대비 종심 지역 감시 능력이 증대돼 북한 도발 징후 감시 및 국경 지역 등에 대한 실시간 영상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군 전용 임무에 특화된 한국군 최초 정찰위성 5기 확보로 초고해상도 영상 확보가 가능해 독자적인 감시정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2. ISR 핵심 정찰위성 미국서 독립
우리 군은 그동안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피스아이’,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백두·금강 정찰기 등 ISR 전력을 크게 향상시켜 왔다. 한국군은 남포∼함흥 이북의 미사일과 핵, 전쟁지휘부 움직임 같은 전략정보는 북한 주요 군사시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미국의 최첨단 정찰위성에 의존해왔다. 민간 위성을 군사용으로 겸용하긴 했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북한 핵전력 현대화·첨단화로 독자적 군사정찰위성 필요성이 커졌고 미국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중국 등에 정찰위성을 투입할 필요성이 커졌다. 여러 개의 독자적인 군사정찰위성을 보유하면 군집 운용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이동 및 장사정포 무기 배치 상황 변화를 미군 정찰위성 자산 도움 없이 파악할 수 있다. 한·미가 1분 이내에 위협을 탐지하고, 1분 이내에 식별한 후 획득 정보를 통해 3분 이내에 타격을 결심, 25분 이내에 목표물 타격을 완료하려면 5개 이상 군집 운용하는 군사정찰위성이 필수적이다.
3. 왜 425 사업인가
‘SAR(Synthetic Aperture Rad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과 ‘EO(Electro Optical·전자광학)/IR(Infra Red·적외선) 위성’을 각각 4기, 1기씩 운용한다. ‘SAR(사)’ 레이더와 ‘EO(이오)’ 카메라 영문명을 비슷한 발음의 아라비아 숫자인 ‘425’로 표기했다. 1호기(EO/IR)는 2024년 8월 전력화에 최종 성공했다. 2호기(SAR)는 지난해 4월 발사 후 운용시험평가 결과 판정 대기 중이다. 3호기(SAR)는 지난해 12월 발사 후 궤도시험을 끝내고 운용시험평가 준비 중이다. 4호기(SAR)는 정상 궤도를 돌고 있다. 마지막 5호기(SAR)는 개발시험평가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쎄트렉아이가 시제업체로 참여했다. EO/IR 위성은 부처 간 합의에 따라 항공우주연구원 위탁 개발로 추진하고 있다.
4. SAR 위성과 EO/IR 위성
SAR 위성은 위성에서 지구로 전파를 발사하고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해 영상을 생성한다. 기상에 상관없이 주야간, 전천후 위성 영상 획득이 가능하지만 전문가 분석이 필수적이다. 레이더의 특성에 따라 고해상도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안테나 길이가 매우 길어야 하기에 수천 개의 레이더 펄스 신호들을 합성해 고분해능 레이더를 실현함으로써 고해상도 영상 획득이 가능하다.
EO/IR 위성 중 EO 위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위성이다. 가시광선을 활용해 지상의 영상을 직접 촬영해 영상의 시인성(視認性·모양이나 색이 눈에 쉽게 띄는 성질), 가독성이 뛰어나지만 야간·구름 등 기상조건 제약이 따른다. 초창기 광학위성은 필름회수식이어서 정찰 자료 취급과 촬영의 제약이 매우 심했으나, 지금은 전자 기술 발달로 촬영한 이미지를 디지털로 바로 전송할 수 있다.
5. 한국군 정찰위성 수준은
중대형급(800∼1000㎏) SAR 4호기 위성은 설정된 지구의 경사궤도를 따라 하루에 4∼6차례 정도 한반도 상공을 지나면서 레이더 영상을 보내온다. 연내 정찰위성 5기를 순차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으면 2시간마다 북한 전역의 핵무기와 미사일 기지, 핵실험장 등 주요 시설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수명은 대략 5∼7년 정도. 한국군 EO/IR 1호기 작전요구성능(ROC)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과 견줘 손색없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EO/IR 1호기는 400∼600㎞ 저궤도에 투입돼 지상의 3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서브미터급 세계 최고 수준의 ROC 능력을 갖췄다. 우주궤도를 돌면서 하루 2차례에 걸쳐 사진과 영상을 보내온다.
세계 최상위 수준의 SAR 위성 4기로 초고해상 영상 촬영 및 주야,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천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본체의 고기동성 능력을 활용해 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조밀한 지역에서도 다수의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위성 및 지상체에 민간분야와 차별화된 보안시스템을 적용해 높은 수준의 군 보안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
6. 총체적 난국 北 정찰위성
북한은 2023년 11월 ‘만리경-1호’ 위성궤도 진입에 성공,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선전하며 위성 촬영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의 성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이 결정적이었지만 위성 기술은 조잡한 수준이다. 지난해 5월 27일 정찰위성을 실은 발사체가 공중 폭발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형태의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ISR 전력 다변화가 눈길을 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25∼26일 무인정찰기 등을 돌아보는 공개일정을 가졌는데 핵심 간부들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형태 항공기에 올라 내부를 돌아보는 모습이 포함돼 있다. 사진에는 동체 위에 지름 9m의 회전 레이돔(rotodome)을 장착한 형태가 담겼는데, 이는 러시아 일류신(IL)사가 만든 조기경보기 A-50(베리예프)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7. 세계 최초 정찰위성 KH-1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군사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1950년대에는 정찰 풍선이나 정찰기를 영공에 침투시키는 방법까지 동원됐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최대 고도 2만1000m까지 비행이 가능한 미국 U-2 정찰기는 1957년 이후 4년간에 걸쳐 소련 영토 침투와 항공 촬영이 가능했던 유일한 정찰기였다. 하지만 1960년 5월 1일 소련의 신형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되면서, 잡히지 않는 정찰기의 신화는 결국 무너지게 된다. 이후 미국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우주에서 정찰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1959년 6월 코로나 계획으로 탄생한 KH(Key Hole)-1 영상정찰위성의 1호기가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다. 기기 고장으로 몇 차례 실패 끝에 1960년 8월 18일 KH-1 영상정찰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정상적인 임무 수행에 성공하게 된다. 당시 발사된 KH-1 영상정찰위성은 지금의 영상정찰위성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주에서 지상을 촬영한 필름을 별도의 회수용 비행체에 담아,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지상으로 떨어진 회수용 비행체는 수송기가 공중에서 낚아채 회수하게 된다.
8.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KH-11
KH-1 영상정찰위성을 시작으로 이후 영상정찰위성들은 기술적으로 큰 발전을 하게 된다. 특히 빅버드(Big Bird)로 알려졌던 KH-9 영상정찰위성은, 무게가 11t에 달했지만 해상도는 0.6m로 KH-1 영상정찰위성의 12m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 1971년부터 1986년까지 20여 기가 발사된 KH-9 영상정찰위성은 제4차 중동전쟁과 이란·이라크전쟁에서 맹활약한다. 하지만 KH-9 영상정찰위성도 여전히 촬영한 필름을 별도 회수해야 되는 문제가 있었다. 1976년 발사된 KH-11 영상정찰위성은 CCD를 사용한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했고, 이 때문에 ‘크리스털(Crystal)’이란 별칭을 갖게 된다. 촬영된 영상은 암호화된 디지털 신호로 지상에 전송됐는데, 최초로 실시간 정찰이 가능한 영상정찰위성으로 기록되고 있다. 장착된 카메라의 해상도는 15㎝에 달했고 지상의 자동차 번호판까지 식별이 가능했다. KH-11 영상정찰위성은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KH-12를 포함해 2013년까지 10여 기가 발사됐다.
9. 한반도를 감시하는 주변국 정찰위성
옛 소련은 지난 1961년부터, 보스토크 우주선을 개조한 제니트(Zenit) 영상정찰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중국은 1975년 11월 26일 젠빙 1호 영상정찰위성을 최초로 우주로 발사했다. 2006년 4월 발사된 젠빙 5호는 중국의 정찰위성 가운데 최초로 SAR를 장착했다.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찰위성을 개발한다. 정보수집위성으로 알려진 일본의 정찰위성은 2003년 3월 28일에 최초 발사됐다. 지상의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인 해상도 0.4m의 영상정찰위성 4기와 야간 촬영이 가능한 SAR 위성을 장착한 위성 2기로 구성돼 있다.
10. 425 사업 국내 참여 기업들
이번 정찰위성 4호기의 본체 개발은 KAI가 담당했다. 한화시스템은 핵심 탑재체인 SAR를 공급했다.
KAI는 SAR 정찰위성의 개발 전반에도 참여하며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2018년 11월부터 ADD가 주도해 개발하고 있는 SAR 정찰위성의 시제 제작 주관업체로 선정돼 SAR 위성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군 정찰위성은 해상도 0.3∼0.5m의 고성능 중대형급 위성이다. 차량의 종류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세계 최고 수준 사양이다. 우리 군은 초소형 SAR 위성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ADD는 초소형 SAR 위성과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지난달 5일 우리 군은 초소형 SAR 위성 시제품을 고체 연료 기반 우주발사체에 실어 시험 발사했다. 이론상 소형 SAR 위성 32대를 띄우면, 30분 간격으로 북한 등 한반도 주변을 정찰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총 40여 대의 소형 SAR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초소형 SAR 위성의 해상도 역시 ‘서브미터’ 즉, 1m 이하로 최대 0.3m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충신 선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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