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PEN 70주년 맞아 시조집 낸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명예교수

 

1966년 한국 와 시조 접해

대학교수 하며 작문수업 활용

은퇴 뒤 시조 연구·강연 계속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

보스턴에 살고 있는 매캔 교수가 이번에 출간한 시조집을 들고있는 모습을 그의 아내가 촬영했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매캔 교수가 이번에 출간한 시조집을 들고있는 모습을 그의 아내가 촬영했다.

“시조(時調)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직접 창작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색할 수 있는 공간과 형태를 제공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탐구하게 하지요. 세상과 삶, 가족과 친구 등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명예교수(전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81)는 최근 이메일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어로 시조를 짓는 매캔 교수는 김민정 시조시인(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우형숙 시조시인(번역가)과 국제PEN한국본부 창립 70주년 기념 번역 시리즈로 3인 시조집 ‘함께여서 좋은 Good Together’를 펴냈다. 각 시인의 작품 30편씩 총 90편의 작품이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번역돼 실렸다.

김 시인은 “예전부터 시조의 세계화를 위해 공동작업을 해온 세 사람이 이번에 함께 시조집을 출간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특히 매캔 교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시조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크세요. 영어로 번역도 많이 하셨고, 미국에서 시조잡지를 내시는 등 시조를 전파하기 위해 애쓰셨어요. 우리나라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 한국의 정서도 많이 아시지요.”

매캔 교수는 1966년부터 2년간 평화봉사단원으로 경북 안동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 김소월의 시를 접하고 한국시와 시조에 매료됐다. 책에 실린 ‘안동에서의 어느 날 밤’은 그 시절 읍내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취해 밤늦게 귀가할 때 꿀꿀대던 돼지를 소재로 한국어로 쓴 그의 첫 시조이다.

‘하룻밤 안동시내 골목술집 구경하고// 머리가 삥삥 돌아 논둑길에 엎어지고//도야지 꿀꿀꿀 소리 “이제왔노” 하더라’

하버드대에서 한국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코넬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했다. “시조는 3행으로 각 행이 4개의 마디로 이뤄져 형식 자체가 매우 이해하기 쉬워요. 하버드대 신입생 글쓰기 프로그램 수업을 할 때 시조를 활용했지요. 에세이의 주제를 소개하고, 설명과 묘사를 전개하며 내용의 반전이나 변화를 더해 마지막으로 결론을 맺는 방식이 시조의 구성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시조가 지닌 또 다른 매력은 무려 7세기에 걸친 깊은 역사에 있다고 했다. “시조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과 개인적 삶의 이야기들을 담아내 왔습니다. 황진이와 정철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의 시조 세계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번역을 거쳐서도 그 강렬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감동을 줍니다.”

매캔 교수는 시조를 통해 한국문학이 미국 사회에 보다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미국인들이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워 친숙한 일본 고유의 단시(短詩) ‘하이쿠(俳句)’가 일본의 문학과 역사를 알린 것처럼 시조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영어 시조 짓는 법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조경연대회를 여는 등 시조의 교육과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 더 많은 사람이 시조를 즐길 수 있도록 시조 형식이 음악과 잘 어울리는 특성을 살려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같은 시조를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 노래로 표현하는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소월, 서정주, 김지하, 고은, 김남조 등의 작품들을 번역해 소개하고, 한국문학 전문지 ‘진달래(Azalea)’를 창간하는 등 한국문학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이러한 공로로 2004년 학술부문 만해대상과 2006년 문화관광부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4년 하버드대에서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시조를 연구하고 있으며 강연과 워크숍 등을 통해 ‘시조 전도사’로서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보스턴에서 열리는 미국 번역가협회 연례회의에서 시조에 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고 시카고에서 세종문화회가 주최하는 시조 워크숍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번역집을 포함해 3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한 매캔 교수는 시인으로서 활발한 창작 활동도 펼쳐왔다. 2009년 시조집 ‘도심의 절간’을 비롯해 11권의 시집을 펴낸 그는 “시조는 수십 년 동안 변화하며 나의 시 창작과 시에 대한 글을 쓰는 데 진정한 중심이 돼 왔다”며 “시조가 상당수 포함된 새로운 시들을 모아서 올여름에 출판사에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김지은 기자
김지은

김지은 기자

인물·조사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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