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
다른 여러 방면에서도 그러하지만, 민주정치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1948년 이후 77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K-데모크라시의 역동성을 자랑하게 됐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정당이 덜 발달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불안정과 비생산성은 정당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당들은 현대의 정당이라 볼 수 없고 붕당(朋黨)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념도 없이 수시로 인물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해 왔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정당 가운데는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이 간판을 내건 지 10년이 됐고, 당비를 내는 당원도 150만 명에 이르러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민주당은 이제 거의 자리를 잡았는지도 모른다. 이념과 정치노선에선 성숙하지 못하지만, 덩치는 갖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역사가 5년밖에 되지 않고, 당비를 내는 당원도 민주당의 절반밖에 안 된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데는 이 ‘보수 정당’의 실력이 부족한 데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미국에서도 민주당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창당 200년을 바라보는 양대 정당, 민주당과 공화당이 창당된 것은 미국 건국 후 52년과 78년이 지나서였다. 영토가 광대하고 인구가 많은 부강한 나라 미국이 왕도 없이 유지되고 운영되는 모습은 이상재·서재필 같은 우리 조상들의 눈에 경이롭게 비쳤음이 틀림없다. 이 신기한 정치 체제, 민주공화정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이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목표가 됐다. 그런데 실은 미국에도 왕이 있으니 바로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양대 정당이다. 현대 민주공화정에서 정당은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현대 민주주의 나라들에서 정당은 인물을 키우고 정책을 개발하고 집권 경험을 축적한다. 그래서 정당은 현대의 군주라고도 불린다.
이제 한국에서도 ‘공화(共和)주의 정당’이 자리를 잡을 때가 됐다. 그래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에게, 한쪽 진영의 패권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당정치 발전의 큰 방향을 제시하기를 요청한다. 미국 공화당도 여러 세력의 대연합 형식으로 창당됐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렬하고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나라를 해양 문명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지켜줄 신(新)주류연합, 민주공화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할 공화주의 정치 세력의 형성이 절실하다. 국민의힘 내부의 여러 갈래는 물론 다양한 외부 세력도 포용하는 ‘공화정치 연합’을 이뤄야 한다. 강력한 민주당 후보 앞에서 지리멸렬한 지금이 기회다.
험악한 국제 정세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을 벗어나서 친중·친북의 일탈을 즐길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AI 혁명 등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기에 안보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 정체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90%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 후보라는 데에 이르면 이미 전체주의 파시즘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흐름과 맞설 수 있는 신주류 정치연합을 형성해 나라를 안정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이 삼각파도가 밀려오는 해역을 벗어나면 해체돼도 무방하다. 이런 과정과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공화당’이 만들어진다면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발전을 위해 더없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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