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배 체육부장

‘공포의 163㎝.’ 요즘 프로야구 삼성 팬들은 리그 최단신으로 구성된 테이블세터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9일 현재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 삼성의 1번 타자 김지찬과 2번 타자 김성윤의 신장은 똑같이 163㎝. 둘은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정확도 높은 타격에 높은 출루율을 자랑한다. 김지찬의 타율은 29일 현재 0.357. 출루율 0.438, 도루는 7개다. 김성윤의 타율은 0.372. 출루율 0.443, 도루는 리그 1위인 8개다.

리그 최단신인 둘은 타석에서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히고 주자로 나갔을 때 상대를 흔든다. 특히, ‘작은 거인’들의 장점은 팀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허슬 플레이(hustle play). 누상에 나가면 활발한 주루 플레이를 펼쳐 상대 배터리와 수비를 어렵게 만든다. 둘의 유니폼은 경기 초반부터 흙으로 범벅이 돼 있다.

둘은 역경도 이겨냈다. 김지찬은 원래 내야수 출신이지만, 송구가 부정확해 지난해 중견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중견수가 마땅치 않았던 삼성의 상황도 포지션 변경의 사유 중 하나였지만, 지난해 117경기 859이닝을 소화하며 수비율 98.9%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작은 체구에도 근육질인 김성윤은 장타 욕심이 많았다. 스윙이 커지면서 콘택트 능력이 떨어져 지난해 32경기 출장에 그쳤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김성윤은 최근 트레이드 대상으로까지 거론됐었다. 그런 김성윤이 원래 야구 스타일로 바꾸면서 부활했다. 출루에 무게를 둔 타격에 상대를 흔드는 야구를 하기 시작했다. 팀이 그에게 바라는 모습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165㎝인 SSG의 주전 2루수 정준재도 2022 신인드래프트에서 ‘체구가 작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떨어졌었다. 재도전 끝에 프로에 입성한 그는 근성 있는 플레이로 SSG 공수의 핵심 자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작은 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또 있다. 36세 베테랑이자 ‘작은 거인’의 원조 격인 KIA 김선빈(165㎝)이다. 최근 부상에서 돌아온 그는 27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결승타를 때렸다. 김선빈은 0.340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대구 삼성-NC전, 구자욱·김지찬·김성윤의 키 차이를 보여주는 한 삼성 팬의 스케치북 응원 그림이 TV 중계화면에 잡혀 화제를 모았다. 구자욱의 키는 189㎝. 두 명의 테이블세터와 26㎝ 차이다. 올해 KBO리그 평균 신장은 182.2㎝다. 야구에서 작은 키는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키가 작으면 팔도 짧다. 팔이 짧기에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공략이 어렵다. 여기에 체구도 작아 힘이 크게 떨어진다. 물론 키 작은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보다 다소 좁은 존이 설정되기에 출루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단신 선수들은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전력 질주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자주 하면서 부상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된다.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뛰는 선수들이 부상 없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시즌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방승배 체육부장
방승배 체육부장
방승배 기자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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