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또 차질을 빚게 됐다. 애초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8일 기본설계 최종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서 정부 목표인 2029년 개항(준공은 2032년 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사 기간을 108개월(9년)로 2년 연장하고, 공사비도 1조 원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입찰이 네 차례나 유찰된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던 만큼 대체 건설사를 찾기도 어렵다. 프로젝트가 장기 지연되거나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가덕도 신공항은 국가계약법상 정부가 제시한 공기 등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 현대건설 측이 오죽하면 공기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겠는지 국토부가 자성해야 한다. 진작에 폐기됐던 프로젝트를 문재인 정부가 되살렸고, 여야 정당은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너나없이 나서서 특별법 제정·예타심사 면제 등 온갖 특혜로 밀어붙였다. 논란의 절정은 윤석열 정부의 2030부산엑스포 유치전이었다. 엑스포 개막에 맞춰 2035년 6월이던 개항을 2029년 12월로 무리하게 앞당긴 탓에, 바다 매립량을 줄이고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바뀌어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가라앉는 현상) 우려로 항공기 이착륙 등의 안전문제까지 제기되기에 이른 지경이다.
정치권의 책임이 무겁다.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것을 무리하게 뒤집은 결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전 대통령·박형준 부산시장·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책임을 추궁하지만 자가당착이다. 이번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4년 전과 같은 ‘공항 포퓰리즘’이 반복될 게 뻔하다. 무안공항 참사 같은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다음 달 출범할 새 정부에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당장은 정치적 고려를 완전히 배제하는 게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중시해야 할 것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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