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정부의 예산편성 기능을 대통령 직속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미 기획재정부를 둘로 나눠 예산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넘기고, 남은 기능은 명칭을 바꾼 재정경제부가 맡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민주당 의원 주도로 28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예산편성 기능을 국무총리실이 아닌 대통령실에 편제(예산 수석실 또는 예산청)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후보는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헌법은 예산을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가 심의·확정토록 하고 있다. 정부 내 예산편성 주체는 현재 기재부다. 각 부처 요구를 종합해 조정하고, 경제정책 방향과 국가부채 등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예산을 짜는 ‘나라 곳간 지기’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예산편성권을 갖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 의중에 따라 예산이 신설·배분되고, 선심성 예산이 남발되는 ‘재정 정치’가 횡행할 여지가 커진다. ‘제왕적’ 비판을 받는 대통령이 재정까지 수중에 틀어쥔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 투자의 우선순위 왜곡은 말할 것도 없고, 재정 건전성이 더 급속히 나빠지면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 전반에 엄청난 역효과를 부른다. 게다가 이 후보는 국가 주도 성장론자라고 할 정도로 확장 재정을 선호한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대야소 국회가 제대로 견제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대통령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 조기 대선에 이른 일련의 정치 파동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오남용의 충돌로 빚어졌고, 국민 대다수는 권력 분산을 요구한다. 이 후보도 지방자치 강화 등 분권형 개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의 예산 권한 독점은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하는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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