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도대기진동이란

 

“韓 가능성 낮지만 안심 못해”

28일(현지시간)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서남부 유럽을 강타한 대규모 정전 사태 원인 중 하나로 이상 기후에 따른 ‘유도 대기 진동’이 꼽히며 우리나라도 가능성은 낮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브라질·칠레 등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국가 단위 대규모 정전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정오를 전후해 발생한 서남부 유럽 대규모 정전의 원인으로 언급되는 유도 대기 진동은 극심한 기온 변화에 따라 발생한다. 스페인·포르투갈 지역의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가 충돌해 대기 밀도·압력이 급격히 변동하면서 초저주파의 대기 진동이 만들어지고 공기층 전체가 천천히 흔들리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진동과 송전선의 고유 진동수가 맞으면 송전선이 과도하게 흔들리게 되고, 송전선 간 거리에 변화가 생기며 전압·전류 흐름이 불안정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전력망의 주파수가 흔들리면서 발전소 주파수를 흔들게 되고 일부 발전기가 자동 차단되며 과부하로 대규모 정전으로 확산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단 한국전력공사는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기 고장이나 전력 계통(전기를 생산하고 전달하고 소비자가 이를 사용하기까지의 전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전기설비) 문제가 아닌 온도 차에 의한 진동 발생과 이에 따른 정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만약 진동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 계통에 문제가 생겨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전 원인에 대한 자세한 조사·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 전문가는 “송전선이 흔들리며 단락(절연이 안 돼 두 점 사이가 접속되는 것)이 일어났다는 가정도 물리적으로 가능하긴 하다”고 말했다. 서유럽의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영향을 미쳤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많은 데 비해 계통 관리에 소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구혁 기자
박수진
구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