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부 유럽 대규모 정전

 

포르투갈·佛 일부도 블랙아웃

공항·역·신호등 등 교통 마비

5800만여명 대정전 피해 입어

 

전력업체 “유도대기진동 추정

이상 기후로 송전선 진동 발생”

28일 대규모 정전으로 도시 전체가 어둠에 잠긴 스페인 마드리드 거리에서 시민들이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걸어가고 있다. 전력이 50% 복구된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안달루시아, 에스트레마두라, 무르시아, 라 리오하, 마드리드 등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28일 대규모 정전으로 도시 전체가 어둠에 잠긴 스페인 마드리드 거리에서 시민들이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걸어가고 있다. 전력이 50% 복구된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안달루시아, 에스트레마두라, 무르시아, 라 리오하, 마드리드 등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정오쯤 스페인 전역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일대,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교통과 업무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스페인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이번 대규모 정전 원인이 이상 기후일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0분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 등 전역과 포르투갈 리스본 주변 지역, 프랑스 남부 일대에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했다. 유럽 서남부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전에 주요 공항에서 비행기 운항이 중단됐고, 열차가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아 교통이 마비되고, 결제 시스템 마비로 식당과 카페 등도 문을 닫았으며 일부 병원도 업무가 중단됐다. 포르투갈 국가 전력망 운영사 REN은 스페인에서 4800만 명, 포르투갈에서 1050만 명 등이 정전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자정 무렵 기자회견을 열고 “전력 용량의 약 50%가 복구됐다”면서 “다만 지역에 따른 편차가 크다. 일부 자치 단체는 97% 이상 회복했지만 15% 미만인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대규모 정전 원인에 대해 “모든 가정과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잠재적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강조했다. 루이스 몬테네그루 포르투갈 총리는 “전체 정황은 이 모든 상황이 스페인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가 정전 발생 원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REN은 이상 기후에 의한 ‘유도 대기 진동’을 원인으로 지목해 주목된다. REN은 스페인 내륙 지역의 극심한 온도 차이로 발생한 유도 대기 진동이 초고압 전력선 진동을 일으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대기 온도의 급격한 변화가 전기 시스템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 용어설명

유도 대기 진동(Induced Atmospheric Vibration) = 지진이나 대형 폭발, 급격한 대기 온도 변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대기가 진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송전선이 진동하면서 전압·송전 주파수에 영향을 미치거나 전력망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종혜 기자, 구혁 기자
이종혜
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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