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아트센터, 무용공연 시리즈

달오름극장 ‘사랑의 죽음’ 선봬

안헬리카 리델의 ‘사랑의 죽음’. ‘무대 위의 투우사’를 연기한 리델은 영성과 초월성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 Christophe Raynaud de Lage
안헬리카 리델의 ‘사랑의 죽음’. ‘무대 위의 투우사’를 연기한 리델은 영성과 초월성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 Christophe Raynaud de Lage

오는 5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스페인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이 한국을 찾는다. GS아트센터는 대표 기획공연 시리즈 ‘예술가들’을 선보이며 가장 먼저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의 ‘아파나도르’를 소개한다. 모라우는 유럽 공연계가 가장 주목하는 안무가다. 특이점이라면 무용 비전공자라는 것. 그 덕분에 기존 무용에서 볼 수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파나도르’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과 협업한 작품으로, 콜롬비아의 사진작가 루벤 아파나도르가 플라멩코 무용수들이 대기실에서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까지의 과정 등을 담은 흑백사진집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존의 관습을 완전히 깨뜨렸다. 플라멩코 하면 떠오르는 붉은색은 존재하지 않는 ‘흑백 플라멩코’다. 검은색 옷을 입은 30여 명의 무용수들이 의자와 교수대 등을 오브제로 활용한다.

인마클라다 살로몬 수석 무용수는 “플라멩코라는 세계와 현대무용이 만나는 모든 과정이 도전”이라며 “우리는 음악과 긴밀하게 작업을 한다면, 모라우는 수학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하는 점이 새로웠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인 무용수 윤소정도 함께 참여한다. 2019년 아시아인 최초로 입단해 현재 군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파나도르’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뒤이어 모라우가 안무를 맡은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와 ‘죽음의 무도’(5월 17∼18일)가 한국 관객과 만난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5월 2일부터 4일까지 연출, 작가, 배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출신 안헬리카 리델의 첫 내한작, 연극 ‘사랑의 죽음’을 무대에 올린다. 리델은 수준 높은 연극만 초대하는 아비뇽 페스티벌에 9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고, 베니스비엔날레 연극 부문 은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투우사 후안 벨몬테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을 바탕으로 연극의 기원을 탐구한다. 그에 걸맞게 오페라와 대중음악이 뒤섞여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그는 “사랑에 빠진 불멸의 여인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는 희생제”라고 설명한다.

리델 연극의 특징은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 매 작품 공연 중간에 퇴장하는 관객이 있을 정도다. 무대 위 리델은 투우사로 분하고, 투우장을 연상시키는 무대에는 거대한 황소 모형과 소의 사체 등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작품의 주제인 ‘죽음’을 상징한다. 이 외에도 면도칼로 자신의 다리를 긋고 피 묻은 붉은 천을 흔들며,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 배우가 등장하고 아기들의 세례식 장면이 펼쳐지는 등 잔혹함과 성스러움이 함께하는 충격적인 연출이 이어진다. 공연은 스페인어로 진행되며, 20세 이상 관람가(2006년 12월 31일 이후 출생).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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