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7월 13일까지 특별전

벽돌부터 임금 도장 ‘어보’까지

건축물 관련 유물 110점 선보여

덕수궁 돈덕전 1층의 폐현실. 중앙에 재현된 고종 황제의 모습과 외교 대신을 맞이하던 신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덕수궁 돈덕전 1층의 폐현실. 중앙에 재현된 고종 황제의 모습과 외교 대신을 맞이하던 신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개항 이후 궁궐에 건립된 서양식 건축물인 양관(洋館). 대한제국 황궁이었던 경운궁, 지금의 덕수궁에서 양관의 진면모를 새롭게 조명하는 특별전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 - 만나고, 간직하다’가 지난 22일부터 열리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는 정관헌·중명전·돈덕전·석조전 등 덕수궁에 있었던 여러 서양식 건물과 관련 유물과 문헌, 임금의 도장인 어보(御寶) 등 11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에서는 양관이 전통 건축물과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건축기법과 설계양식, 재료 등을 두루 살피며 보여준다.

대표적인 양관인 덕수궁 돈덕전에서 발견된 벽돌, 타일, 보일러 부재 등을 관람객에게 꺼내 보인다. 또한 덕수궁 석조전의 바닥과 지붕에 적용된 철골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보여줘 쉽게 보고 지나쳤던 양관의 외부뿐 아니라 건물의 내부까지 드러낸다.

그렇다면 황궁에서 양관은 어떤 목적으로 활용됐을까. 전시 기획을 담당한 홍현도 궁능유적본부 학예연구사는 “화재에 강한 특성을 지닌 양관은 황실의 도서관과 수장고로 활용됐다”며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 외교 의례를 위한 공간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돈덕전 1층에는 외교 의례 공간인 ‘폐현실’이 재현돼 있다. 높은 단 위에 황룡포를 입은 고종의 모습과 양옆 원기둥 사이에 근대 복식을 갖춘 신하들의 모습이 구현됐다. 1층이 외교 사절 접견과 만찬 장소로 활용됐다면 2층은 주요 사절의 숙소로 사용됐다. 또 돈덕전은 1907년 순종의 황제 즉위식이 열린 공간인 만큼 순종 즉위식장 배치도가 실린 ‘대황제폐하즉위예식의주’도 한편에 전시됐다.

돈덕전을 나와서 오솔길을 따라 정관헌으로 이동하면 전시의 백미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바로 사방에 가벽을 설치한 정관헌이다. 정관헌은 보물을 보관하던 곳이기에 당연히 붉은 벽돌 벽으로 사방을 막은 형태의 건물로 지었는데 1933년 일제의 공원화 과정에서 벽체가 훼철돼 사방이 트여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마치 오늘날의 테라스와 같은 형태로 바뀐 탓에 고종이 가배(커피)를 마시던 곳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사실 황실의 보물을 보관했을 뿐 아니라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그리고, 봉안했던 곳이라는 점은 눈길을 끈다. 7월 13일까지.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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