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갤러리 호수에 ‘6m 팝아트 작품’ 기증한 필립 콜버트
자화상 표현한 작품명 ‘예술가’
노란물감 묻은 브러시 든 모습
고전작품 보고 아이디어 얻어
가수 등에 인기 높은 아티스트
“K팝의 역동성 사랑 영감 받아”
내달 11일까지 회화 등 전시

“특별한 해석이나 의미 부여보다는 그저 볼 때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으면 해요. 예술이란 소통과 연대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요.”
영국 출신 팝아트 작가이자 ‘랍스터’ 시리즈로 잘 알려진 필립 콜버트는 이달 초 서울 송파구 더갤러리 호수에 기증한 자신의 6m 조각 작품 ‘예술가(The Painter)’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콜버트의 전매특허인 랍스터의 형상을 한 ‘예술가’는 더갤러리 호수 옆,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세워졌다. 그의 작품이 늘 그렇듯 ‘예술가’에겐 입이 없다. 대신 노란색 물감이 흘러내리는 거대한 브러시를 들고, 그림을 그리다 잠시 멈춰 선 듯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최근 이 갤러리에서 만난 콜버트는 “고전 작품에서는 작가들이 종종 붓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있는데,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작가들도 의미를 찾으려고 해요. 하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길을 잃고, 그 의미를 찾기 어려워지죠.” 한마디로 ‘예술가’는 작가로서의 실존적 고민을 표현한 것. 이는 다른 말로, ‘예술가’가 콜버트 자신, 즉 자화상이라는 뜻도 된다.
콜버트는 지난해 9월 석촌호수에 초대형 랍스터 풍선을 띄우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도 주목을 받았다. 대형 조각인 ‘예술가’를 송파구 운영 갤러리에 기증하고, 석촌호수 내에 세우게 된 데는 이러한 인연이 크게 작동했다. 그는 “한국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예술가’를 기증할 장소로 서울 외엔 떠오르지 않았다. 자주 오다 보니 제2의 집처럼 편하다”고 했다. 작품이 설치된 석촌호수에 대해서도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 그것이야말로 예술이다”라고 했다.
강렬한 색감과 만화적 요소를 활용해 독창적 세계를 구축해 온 콜버트는 지드래곤을 비롯해 다수의 K-팝 가수들이 작품을 소장한 ‘셀럽의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예술가’의 기증과 함께 이달 초부터 더갤러리 호수에서 개인전 ‘랍스터 행성으로의 여행’도 선보이고 있다. 현대 소비문화와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을 탐구하는 회화 10점과 조각 9점이 출품됐는데, 산다라박 등 유명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다녀가며 애정과 관심을 드러냈다. 콜버트 역시 “K-팝의 역동성을 사랑하고 늘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지난달 열린 지드래곤의 콘서트에도 다녀왔다. 그는 “미술은 시대의 모든 장르와 연결돼 있다. 지디 콘서트는 그걸 잘 보여줬다”면서 “음악, 춤, 패션, 철학이 어우러진 무대가 인상 깊었다”고 칭송했다.
새빨간 슈트 차림에 익살스러운 선글라스를 끼고 인터뷰에 응한 콜버트는 “사람들은 평소 재미없는 검은색 옷을 입고, 특별한 날에만 가끔 화려해진다”면서 “내게는 빨강이 그들의 검정처럼 평범한 색이다”라고 했다. 팝아트를 통해 자기표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그의 예술 세계가 일상에서도 발현,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특별한 날엔 뭘 입느냐 물었더니 “음, 그땐 검정을 입어야죠”라며 웃었다. 갤러리 외부에 설치된 ‘예술가’는 언제든 볼 수 있으며, 콜버트의 개인전은 내달 11일까지다.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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