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한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0년) 시절에도 양국은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통상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당시 관세율은 최대 25%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100%를 넘어섰다. 강도가 훨씬 세진 것이다.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결국 미국과 중국 경제가 모두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수출입 구조와 산업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글로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갈등이 한국 원화 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외화 관리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시기다.
국내 주식시장에 삼성전자라는 대장주가 있듯이 아시아 외환시장에도 ‘대장주’ 역할을 하는 통화가 있다. 일본 엔화를 제외하면 단연 중국 위안화다. 특히, 위안화와 원화 환율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위안화가 강해지면 원화도 강해지고, 위안화가 약해지면 원화도 함께 약해진다. 이를 ‘동조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동조화 현상은 수치로 보면 더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중국 위안화 환율과 주요국 통화 환율(달러 대비) 간 상관계수를 계산한 결과, 한국 원화는 0.57로 호주 달러(0.6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가 강하다는 뜻이다. 이는 앞으로 원화 가치의 방향성을 판단할 때 위안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위안화는 향후 어떻게 움직일까.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환율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정부 당국의 의도에 따라 조정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 1기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중국 정부는 대응 수단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정부나 중앙은행이 환율을 인위로 올려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추는 것)했다.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달러당 위안 환율은 최대 8% 상승했고, 같은 기간 달러당 원 환율도 최대 9% 상승했다. 이를 미 달러화 지수(5% 상승)를 감안해 조정하면, 순수한 위안화·원화 약세 폭은 약 3~4% 수준이었다. 즉, 당시 중국은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하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췄고 위안화 약세는 원화 약세로도 이어졌다. 이번에도 비슷한 전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행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145%에 달하는 대중 관세율을 50%까지 인하할 수도 있다고 밝혔고, 중국 역시 미국산 반도체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철회했다.
관세는 양국 경제 모두에 부담이기 때문에 향후 일부 완화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미·중 양국은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패권경쟁이라는 보다 구조적인 갈등 속에 있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환율은 미·중 무역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재차 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율 등 외화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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