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에 ‘앱테크’ 열풍

 

출석체크·만보기·게임 미션 등

활동 수행하면 앱 포인트 지급

상품쿠폰 받거나 현금처럼 활용

 

전통 금융사 가세로 더 풍성해져

은행도 앱 체류 시간 길어지면

고객 데이터 얻을 수 있어 이득

“앱만 켜고 걷기만 해도 돈이 들어온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예금금리 하락이 맞물리며 ‘짠테크’ 열풍이 금융권과 소비자 모두를 강타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2.4%, 식료품 물가는 2.8% 올랐다. 실질 구매력은 줄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작지만 확실한 수익’을 추구하는 짠테크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확산 중이다.

짠테크는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출석체크, 만보기 걷기, 영수증 인증, 리뷰 쓰기 등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를 현금성 자산으로 전환하는 생활형 자산관리 방식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이 방식은 최근 재테크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적은 돈으로도 일상 속에서 적게는 몇 백 원에서부터 많게는 수만 원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금융사의 앱에 들어가 회원가입 후 ‘혜택’ 또는 ‘이벤트’ 메뉴를 통해 미션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일부는 별도 앱 설치가 필요하다.

주요 플랫폼별 최근 운영 중인 대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우선 토스는 ‘건강걷기 챌린지’(만보기)를 통해 하루 1만 보까지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 포인트는 보험료 할인이나 금융상품 우대 조건 등 다양한 혜택과 연계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동네 복권’ 이벤트로 최대 100만 원 상당의 포인트도 지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오늘의집, 에이블리 등 제휴처에서는 토스페이 결제 시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 중이다.

캐시워크는 별도 앱 설치 후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한다. 커머스 플랫폼 ‘캐시딜’에서 상품 구매가 가능하며 챌린지 플랫폼 ‘팀워크’, 건강 데이터를 기록하는 ‘건강케어’, 캐시를 주고받는 플랫폼 ‘캐시톡’ 등을 통해 추가 보상을 제공한다.

카카오페이는 출석체크와 퀴즈 참여로 포인트를 적립하며, 카카오페이머니로 전환해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색깔 맞추기’ ‘빨리 맞추기’ 같은 게임형 미션을 통해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현금성 보상을 계좌로 입금해준다. 지난 21일부터는 제휴 콘텐츠에 응모하면 뮤지컬, 전시회, 여행 숙박권 등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응모하고 혜택받기’도 시작했다.

전통 금융사들도 가세했다. 신한은행은 ‘쏠(SOL)’ 앱에서 출석체크, 걷기, 금융퀴즈 등 일상형 미션을 제공하며, 미션 달성 시 쏠포인트를 적립해 영화 할인권, 스타벅스 쿠폰 등과 교환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KB Pay’ 앱의 ‘걷기 챌린지’와 ‘소비절약 미션’을 통해 포인트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포인트는 스타벅스, CU, 뚜레쥬르 등 제휴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기반 분석 리포트도 자동 제공된다. 하나은행은 ‘하나머니’ 앱에서 ‘하나 챌린지’를 운영 중이다. 하루 1만 보를 달성하면 하나머니 포인트가 지급되며, 이를 금융상품 가입 시 캐시백 혜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WON’ 앱의 ‘우리 미션플랫폼’에서 텀블러 사용, 대중교통 이용, 절전 캠페인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생활 미션을 수행하면 ‘WON포인트’를 지급하며, 이 포인트는 공공요금 납부, ESG 기부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복권형 리워드를 제공하는 주간 미션 이벤트도 시작됐다.

이 같은 짠테크 열풍에 금융사와 플랫폼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소액 포인트를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앱 체류시간을 늘리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록인(Lock-in) 전략’이 핵심이다. 고객이 앱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소비·금융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과 자산관리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금융권은 과거 ‘체리피커’(혜택만 챙기고 떠나는 고객)를 기피했지만, 고물가·경기침체의 극한 상황에서 이들조차 소중한 고객으로 대우하고 있다. 소액 적금, 미니보험 등 진입장벽을 낮춘 상품과 짠테크형 리워드 서비스로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하고, 젊은층과 MZ세대를 중심으로 플랫폼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짠테크는 현명한 소비 방식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며 “기업에서도 앱테크 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들이 계속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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