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무모한 집단행동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레밍스’를 언급한다. 일명 ‘나그네쥐’로 불리는 레밍(Lemming)은 주로 북극 근처의 툰드라 지역에 사는 쥐의 일종. 7∼15㎝ 크기의 귀엽고 둥글둥글한 외모의 설치(齧齒) 동물이다.
군집생활을 하는 레밍은 앞에 가던 레밍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맹목적으로 함께 떨어지는 특이한 행동특성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죽는 줄도 모르고 경쟁적으로 뛰어내린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레밍에게 집단 자살 풍습이 있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바로 ‘집단 자살설’이라는 독특한 오해다. 이 오해는 특히 한 다큐멘터리에서 비롯됐다. 1958년에 디즈니가 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 ‘하얀 광야(White Wilderness)’에는 레밍 무리가 줄지어 바다에 빠져 죽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은 레밍의 ‘집단 자살’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레밍이 바다에 빠지는 장면은 집단 자살처럼 인위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촬영진이 일부러 레밍을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레밍은 번식력이 매우 강하다.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집단적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이때 무리가 강이나 절벽을 넘다가 익사하거나 떨어져 죽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는 이동 중의 단순한 사고사다. 집단 자살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레밍은 헤엄을 꽤 잘 친다. 물에 빠지거나 강을 건너야 할 때 헤엄쳐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장거리나 거친 물살에는 약하다. 이 경우에 여느 동물처럼 수영 도중 익사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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