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저는 네일숍을 경영하는 30대 여자입니다. 낮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합니다. 혼자 밥을 먹고 누워있으면 피로가 좀 풀리는 것 같지만 곧 무료해 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생각 없이 알고리즘으로 연결되는 동영상을 틀어놓고 멍하니 보게 됩니다. 몇 시간 째 점점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빠져 저녁 시간을 흘려보내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적당히 동영상을 보고 멈출 수 있을까요?
A :‘쇼츠’중독되면 뇌 기능 악순환… 차라리 운동 해보길
▶▶ 솔루션
하루종일 일이나 공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나면 정신적으로 심한 피로감을 느낍니다. 현대인들은 이럴 때 스마트폰을 켜고 ‘릴스’나 ‘쇼츠’ 같은 짧고 강렬한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처음에는 기분전환 정도 해볼까 하면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우리 뇌는 스트레스를 받고 나면 코르티솔이란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불안과 긴장감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불안과 긴장이 높아지면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게 도파민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짧고 강렬한 영상을 보고 나면 몇 초 만에 바로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그러면 도파민은 우리에게 순간적인 만족감과 쾌감을 줍니다. 게다가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짧은 동영상들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이런 영상들을 보면 순간적인 만족을 느끼며 영상을 멈추지 못하게 됩니다. 짧은 쾌락을 크게 느끼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만족감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대인들은 짧은 영상을 보면서 현실을 도피하고 있습니다. 최근 널리 퍼지고 있는 짧고 빠른 동영상과 콘텐츠들은 손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면서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을 도와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을 보는 것이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해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낭비했다는 죄책감으로 더 큰 무기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결국 이러한 것들은 뇌의 보상 구조 때문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따라서 뇌 기능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절하도록 해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파민 디톡스’입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둬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쓸 수 없는 ‘잠금앱’을 이용하거나 스마트폰 자체를 물리적으로 손에 닿지 않도록 합니다. 앱 중에서 가장 유혹적인 것을 삭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화면 색을 회색으로 바꿔 시각적 자극을 줄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즉각적인 보상이 아닌 긴 시간의 보상을 주는 활동인 독서, 운동, 명상 같은 방법을 해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운동은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다 보면 처음엔 어려웠던 동작이 점점 익숙해지고 무거웠던 기구들을 쉽게 들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고 심리적 탄력성을 기르게 됩니다.

게다가 운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것은 뇌세포의 성장과 연결을 경화하는 중요한 단백질입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면 뇌의 해마 부위가 활성화돼 불안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운동은 단순한 육체적 활동이 아니라 뇌를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뇌가 원하는 것은 휴식이지 단순한 자극이 아닙니다. 진정한 회복과 안정을 위해 좀 더 긍정적인 뇌 자극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동영상으로 낭비되는 시간들을 좀 더 알차게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차승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법제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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