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국부 차장
광주시는 오는 6월 3일 치러질 조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매주 서울로 올라와 ‘주간 여의도 집무실’을 운영하면서 대선 경선 후보자들에게 제안한 지역 현안 사업들이 공약에 반영되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 시장은 지난 14일 “대선이라는 큰 장이 서면 단체장은 본인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어떤 정책이 대통령 공약에 반영되느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5년, 10년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수요일마다 여의도 집무실로 출근했다. 운영 첫날인 16일부터 5개 원내 정당 정책위의장들을 만나 인공지능(AI) 산업 등 핵심적인 광주 공약을 전달했다. 강 시장이 준비한 ‘광주시 대선 공약’은 40개 사업, 총 81조 원 규모다. 일단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공약 반영은 확정적이다. 이재명 후보 공약에 ‘국가인공지능컴퓨팅센터’ 광주 설립, AI 집적단지 및 미래 모빌리티 클러스터 조성 등이 포함됐다. 강 시장은 대선 기간에 주간 여의도 집무실을 더욱 활성화, 다른 정당 공약에도 광주 지역 현안이 반영되도록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대규모 지역 현안 사업을 대선 공약에 끼워 넣으려는 움직임은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21일 각 정당과 후보자에게 제안할 대선 공약을 선정해 정식으로 발표했다. 공약 과제는 3대 분야, 32개 사업으로 광주시보다도 훨씬 많은 140조 원 규모에 달한다. 3대 분야는 △허브 기반 구축 △혁신산업주도 성장 △살고 싶은 정주기반 등이다. 세부 사업을 보면 △가덕 메가커넥트 프로젝트(30조8000억 원) △부산 게이트웨이 시티(32조4000억 원) △K-북극항로 트라이포트 물류 허브도시(21조6000억 원) △남부권 미래 모빌리티 선도도시(10조9000억 원) 등 10조 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만 4건이 들어 있다.
이 밖에 경남도는 글로벌 우주항공수도 조성, 경제자유구역 확대 등 5대 분야 100개 사업을 공약화하기 위해 뛰고 있다. 글로벌 우주항공수도 조성만 해도 계획상 2033년까지 약 8조4000억 원이 들어간다. 세종시는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의 세종시 완전 이전, 중부권 국가 메가 싱크탱크 조성 등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 달라는 건의서를 각 당에 전달했다. 지역 공약 반영을 위한 연대도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박형준 부산시장은 14일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와 정책협의회를 열고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건설,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등 21개 사업을 새 정부 국정 과제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장들이 지역 현안 사업을 국가 정책에 포함하기 위해 뛰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예산 시즌에도 공약 사업 국비 확보를 위해 국회를 찾는데, 예정에 없던 대선판까지 펼쳐졌으니 사활을 거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수십조 원에 이르는 프로젝트들을 받아달라는 것은 국가 재정 파탄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도 비칠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 실제 시행되든 말든 일단 대선 공약과 국정 과제에 반영만 시키면 내년 지방선거 때 유리할 것이란 계산을 하는 무책임한 단체장도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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