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버스 준법투쟁에 시민 불편

 

“속도 느리고 정류장 정차 길어

‘지옥철’엔 사람 몰려 더 심각”

꽉 막힌 버스환승센터

꽉 막힌 버스환승센터

서울 시내버스가 준법투쟁에 돌입한 30일 오전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버스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막판 협상이 결렬된 30일 새벽 노조 측이 버스 안전운행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는 이른바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했다. 버스 전면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일부 버스의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출근길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구로구에서 여의도 도심으로 이동하는 160번 버스의 도착 안내 화면엔 ‘지체’ 표시가 떠 있었다. 평소에도 ‘출근길 지옥버스’로 악명 높은 이 버스의 본래 배차 간격은 8분 남짓이지만, 이날 배차 간격은 14분으로 늘었다. 정류장마다 적체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면서, 승객들이 서로 밀고 “안으로 들어가라”며 소리를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탑승자 오승희(32) 씨는 “안 막히는 구간에는 기사님이 속력을 높이기도 하는데, 오늘은 버스가 기어가고 정류장마다 사람도 가득해 겨우 타고 왔다”며 “버스 자체는 운행을 하니 안일하게 생각하고 탄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강모(48) 씨는 “평소에는 신도림에서 여의도까지 최대 40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1시간 넘게 걸렸다”며 “일찍 타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동묘에서 노량진으로 향하는 152번 버스도 승객이 자리를 잡은 뒤 천천히 출발하는 등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급차로 변경이나 급제동도 없었다. 성북구에서 용산구까지 출근하는 박민혁(34) 씨는 “평소에는 기사들이 정류장 도착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확실히 속도도 느리고, 정류장에서 머무는 시간도 긴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 태업 소식을 들은 직장인들이 지하철로 몰리면서 출근길 ‘지옥철’은 더 심해졌다. 평소 버스를 타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는 A 씨는 “버스 투쟁으로 지하철에 사람이 몰려서 그런지 꽉 껴서 출근 내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지하철 안전관리요원 B 씨는 “평소 같은 시간보다 1.5배 정도 사람이 몰리고 있어 안전을 위해 다음 열차를 타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의 태업에 시민들은 불편을 나타냈다. 동대문구에서 숙대입구까지 등교하는 대학생 이모(23) 씨는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갑작스러운 태업은 당황스러운 것 같다”며 “사전에 일주일 전부터 공지를 해 준비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고, 신속하게 서울시와 노조가 타협점을 찾아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에 거주하는 최모(41) 씨는 “지금은 버스 운행을 하지만 협상이 안 되면 파업까지 할 수도 있으니 앞으로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조율 기자, 노지운 기자, 이재희 기자, 조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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