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실적 빨간불… 업계 시름

 

에쓰오일, 215억원 영업손실

HD현대오일뱅크도 전년比 89%↓

석유 수요도 회복 기미 안보여

2분기 반등 장담 못하는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정유업계 1분기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유가가 하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석유 수요 역시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2분기 반등도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1분기 2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8% 감소한 311억 원에 그쳤다. 이날 1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SK이노베이션도 실적 부진 등이 전망되고 있다.

정유사의 실적 부진은 국제유가 하락과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정유사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을 가리킨다. 석유제품 수요가 탄탄할 때 확대되지만 경기침체로 둔화할 경우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항공유를 비롯한 석유제품이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관세 직격탄을 맞지는 않았지만, 간접적 영향이 예상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교역량과 물동량을 일제히 줄인다. 업계 관계자는 “높아진 무역 장벽과 경기침체 공포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원유와 국제 정유제품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1월 17일 배럴당 84.61달러(약 12만848원)까지 오른 뒤, 지난 28일 기준 66.85달러(9만5482원)로 급락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과 국제 경유 가격 모두 곤두박질쳤지만 미국과 중국 간 협상 기대감 등으로 최근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공급 우위 상황에서 수요 증가엔 한계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돼 2분기 업황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어서 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달 발간한 월간 보고서에서 2분기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을 일일 1억425만 배럴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달 예측치보다 20만 배럴 낮아진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석유수요는 최근 5년 내 가장 느리게 증가하고 있고 공급 초과 추세는 지속 확대 중”이라며 “미국의 생산 감소 예상에도 공급초과로 유가약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은 해를 거듭할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2022년 6.4%, 2023년 1.4%에 이어 지난해 -0.1%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소현 기자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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