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국경 맞댄 ‘강 공유’ 파기 등 곳곳서 분쟁
인도, 테러배후 파키스탄 지목하며
‘인더스 강 조약’ 전격 중단 선언
물 부족 파키스탄 격렬하게 반발
핵보유 양국 군사충돌 위기까지
미국-멕시코, 강물배분 약속 ‘흔들’
이집트·에티오피아 나일강 갈등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사태와 전력 확보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물’이 국가 분쟁의 화두로 떠올랐다. 오래전 ‘평화로운 공유’를 약속했지만 더 많은 물을 갖기 위해 댐 건설 등이 추진되며 세계 곳곳에서 물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물 확보가 국가 생존의 문제로까지 부각하며 군사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테러에 인더스 강 공유 약속 위기 =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민간인 테러 사건을 계기로 ‘물 전쟁’에 직면해 있다.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인 파할감 인근에서 관광객이 최소 26명 사망하는 테러가 발생했는데 인도가 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며 두 나라가 1960년 체결한 인더스 강 조약 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파키스탄이 즉각 인도의 결정을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 나서 양측 간 군사적 충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인더스 강 조약은 세계은행 중재로 맺은 협약으로 인더스 강 동쪽 지류 3곳(라비·비아스·수틀레지 강)은 인도가, 서쪽 지류 3곳(인더스·젤룸·체나브 강)은 파키스탄이 사용 권리를 나눠 갖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키스탄은 수자원의 80%를 인더스 강 지류에 의존하고 있어 이 물이 끊기면 수력 발전 운영이 중단되고 관개용수가 부족해 농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지금 시기가 파키스탄에 여름이 시작되고 올해의 경우 이른 폭염으로 가뭄 사태까지 발생해 파키스탄은 인도의 조치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두 나라는 이번 테러 발생 이전에도 인더스 강물을 놓고 분쟁을 겪어왔다. 인도가 기후변화, 인구증가, 무탄소 에너지 생산 등을 이유로 조약상 파키스탄에 권리가 있는 서쪽 지류에 댐 건설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핵 보유국인 두 국가가 정치적 갈등에 이어 물 분쟁까지 겪게 되면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브라마푸트라 강 놓고 갈등 = 파키스탄에 대한 물길 끊기에 나선 인도는 중국과도 물 분쟁을 벌이고 있다. 티베트 지역에서 발원해 방글라데시를 거쳐 인도로 흐르는 브라마푸트라 강을 놓고서다. 중국이 지난해 말 티베트 남부를 가로질러 인도로 유입되는 브라마푸트라강(중국명 얄루창포(雅魯藏布)강) 하류에 세계 최대 규모인 싼샤(三峽)댐의 3배가 넘는 규모의 수력발전 댐 건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얄루창포댐 발전 용량은 6만∼7만㎿로 싼샤댐의 발전 용량(2만2500㎿)의 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곳에 댐을 건설하는 이유는 이 댐 건설 구간에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 하나인 얄루창포 대협곡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최대 7667m에 달하는 낙차를 이용하면 막대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 댐에서 생산하는 전력으로 연간 3억 명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댐을 건설하면 수량이 줄어 하류 지역의 생태 환경이 악화하고 홍수 등 재해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어 인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대형 댐을 대거 건설하면서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 등 메콩강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이 2010년대 들어 여러 차례 최악의 가뭄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현지 매체인 NDTV는 “(이 댐 건설 프로젝트는) 물 전쟁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멕시코도 강 공유 흔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국경을 마주한 미국과 멕시코도 물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나라는 국경을 따라 흐르는 리오그란데 강과 콜로라도 강의 물을 나누는 조약을 1944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멕시코는 리오그란데 강 유량 중 3분의 1가량인 4억3000만㎥의 물을 매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은 콜로라도 강에서 매년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다만, 리오그란데 강은 논의 당시에 계절적 요인에 따른 수량 변동이 심했던 탓에 멕시코의 경우 5년에 한 번씩 합산해 할당량을 채우게 했다. 예컨대 1∼2년간 수량이 부족해도, 나머지 3개년에 부족분을 더 채우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30년 새 멕시코는 정해진 만큼의 물을 미국 쪽으로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쳤다. 기후 변화와 북부 국경 지대 자동차·전자제품 등 생산 시설 증가에 따른 산업 용수 수요 증가로 물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그간 물 공급 기한 연장 등의 방식으로 미국에 양해를 구하며 물 빚 청산을 미뤄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3월 멕시코의 티후아나로의 콜로라도 강물 특별 공급 요청을 거부하면서 양국의 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가 물 조약을 어겨 미국 텍사스 농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멕시코가 조약을 준수하고 텍사스에 물을 공급할 때까지 관세와 제재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나선 것이다. 이에 멕시코 정부가 리오그란데 강 유역 라아미드타드 댐의 방류량을 7배 가까이 늘렸으나 멕시코의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방류량 확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집트·에티오피아는 나일강 놓고 갈등 = 세계에서 가장 긴 하천인 나일강은 아프리카 중부의 빅토리아 호수에서 유입되는 백나일강과 에티오피아에서 유입되는 청나일강이 수단에서 합류해 이집트를 통해 지중해로 흘러간다. 특히 이집트는 농업 수출품의 60%가 나일강의 물 자원을 이용해 생산한 면화(목화)일 만큼 나일강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하지만 2011년부터 청나일강 최상류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건설을 시작하며 두 나라 간 갈등이 시작됐다. 에티오피아는 인구의 약 44%만이 전기를 사용할 정도로 전기가 부족한 국가로 댐을 통한 수력발전(최대 6500㎿)으로 전력난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는 자국의 물 자원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일강은 이집트의 식수원이자 농·어업과 교통·관광 산업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나일강 수량 급감은 이집트인의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집트 정부의 주장이다. 양측은 2015년부터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시간은 흘러 댐은 완공됐고 이 댐의 저수 용량은 740억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에서 가장 큰 소양강댐(29억t)의 25배를 넘는 규모다.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소말리아·에리트레아와 관계를 강화하며 에티오피아에 대한 공동압박에 나선 상태다.
황혜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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