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전쟁 파고, 압도적 경쟁력으로 넘어라 - (5) 포스코

 

차량용 강판 年800만t 이상 판매

자체개발 초고강도 ‘기가스틸’ 등

R&D 확대로 혁신제품 생산 박차

 

최근 개발한 3세대 자동차 강판

동일 강도 철강재보다 연성 향상

모양 복잡한 부품도 쉽게 구현

용접·성형 안해도 돼 비용 절감

지난달 9일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5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내 한 작업대에서 전처리-소둔-합금화-조질압연-후처리 공정 등을 거쳐 제작된 자동차용 강판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
지난달 9일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5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내 한 작업대에서 전처리-소둔-합금화-조질압연-후처리 공정 등을 거쳐 제작된 자동차용 강판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

지난달 9일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5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CGL은 냉연강판(열연강판을 상온에서 한 번 더 압연한 제품)을 도금하는 공정이다. 이곳에 설치된 작업대에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려 있던 냉연강판이 길게 풀리며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전처리’ 공정을 지나고 있었다. 표면이 깨끗하게 닦인 냉연강판은 이어 소재를 수백 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소둔로로 들어갔다. ‘소둔’은 강판의 조직을 가열했다 냉각해 기계적 성질을 조정하는 공정을 뜻하는데, 이 과정에서 냉연강판은 조금 더 조밀한 조직을 갖출 수 있다. 소둔로에서 나온 강판은 고온에 녹은 아연이 담긴 아연 포트에 담겨 도금이 된다. 도금 포트(도금제를 녹이는 대형 용기)를 거치면 에어 나이프 설비가 고압의 공기를 분사해 강판 표면에 과도하게 붙어 있는 아연도금량을 조절하고, 강판 표면에 아연과 철이 융합해 새로운 금속층을 형성하는 ‘합금화’ 과정을 거치며 매끄럽고 유려한 표면이 갖춰진다. 이후 강판은 다듬질연압기(스킨패스밀)를 통해 적당한 형상과 두께, 폭을 갖춘 소재로 만드는 ‘조질압연’ 공정을 지나서 내식성(부식을 잘 견디는 성질) 향상 등을 위해 용액으로 코팅하는 ‘후처리 공정’에서 품질 검사 등을 거쳐 반질반질한 자동차용 강판으로 완성됐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5CGL은 연산 50만t 규모의 도금 공장으로 강도 높은 철강재를 제작하는 곳이다. 특히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기가스틸’이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다. 기가스틸은 재료의 세기를 나타내는 ‘인장강도’가 980㎫(메가파스칼·단위 면적당 드는 힘) 이상인 초고강도 강판으로 강도가 우수해 자동차 차체, 섀시 등에 꾸준히 적용돼 오고 있다. 또한 1㎟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 차량 부품 소재의 두께를 줄여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팩 무게로 차량 경량화가 필수적인 전기차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자동차소재연구소에서 인장강도 실험이 진행되는 모습.  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자동차소재연구소에서 인장강도 실험이 진행되는 모습. 포스코 제공

포스코그룹은 우리나라 수출 효자상품인 자동차 제작에 쓰이는 차량용 강판을 ‘전략제품’으로 선정하고 혁신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찾은 광양제철소 자동차소재연구소 제2연구동 상온인장실험실에서는 연구원들이 인장시험기에 철판을 넣고 위아래로 당겼을 때 튼튼한지 확인하는 인장강도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조항식 자동차소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장 실험을 통해 철강이 어느 정도의 힘까지 부러지지 않고 견디는지를 나타내는 ‘강도’와 부러질 때까지 어느 정도로 늘어나거나 변형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강도가 높을수록 더 심한 충돌에도 차체가 견딜 수 있게 되며, 연성이 높으면 충돌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 차량 사고가 났을 때 에너지를 흡수해 충격을 완화하고, 승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미국발(發) 관세 전쟁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 등 철강업계가 악재를 맞이한 상황에서 포스코는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가장 최근 개발한 강판은 ‘3세대 자동차용 강판’이다. 3세대 자동차용 강판은 한마디로 포스코의 기가스틸을 보완한 제품이다. 철강은 강도가 높아질수록 연성이 저하되는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의 기가스틸과 같은 고강도강은 저강도강보다 성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강도가 강한 만큼 제품이 부드럽게 구부러지지 않아 복잡한 부품 형상을 구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3세대 자동차용 강판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해 기존의 자동차 강판과 동일한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성형성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무엇보다 제작 과정에서 별도 용접이나 성형 공정 없이 상온에서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는 인장강도 980㎫급뿐만 아니라 1180㎫급의 3세대 기가스틸 개발에 성공해 지난 2016년부터 국내외 자동차 기업에 양산 공급하고 있다. 동일한 강도를 지닌 철강재보다 연성을 20~70% 향상시킨 제품으로, 강하면서도 부드러워 성형이 쉽다. 포스코는 현재 1470㎫급 강도의 3세대 기가스틸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2년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고의 자동차 강판 생산 전문 제철소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이후 2003년 연구동과 실험동을 갖춘 자동차강재가공연구센터를 준공하며 선제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다. 자동차강재가공연구센터는 현재 자동차소재연구소와 철강솔루션연구소로 발전해 광양과 인천 송도에서 강종 개발과 용접·성형 등 이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은 연 약 800만t을 웃돌고 있다. 세계 완성차 판매량이 연 8000만 대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10대 중 1대꼴로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을 사용하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충돌 안전성과 경량화에 이어 앞으로는 디자인까지 중시하는 차세대 모빌리티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고강도·고성형 특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후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포스코, 롯데, 한화, 이마트, KT, CJ, 대한항공, 카카오, 네이버

최지영 기자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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