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역풍으로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한국의 1분기 -0.2% 역성장에 버금가는 쇼크이자, 3년 만의 최악 수치다. 기업들이 관세 급등을 피하기 위해 수입품을 앞당겨 들여오는 바람에 수입이 41.3% 급증한 게 치명타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잔재”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도 3.5% 늘어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물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장담과 정반대다.

수입 착시현상이 걷히면 미 2분기 성장률도 반등할 수 있다. 하지만 미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몇 주 안에 가게들 진열대가 텅 비고 운송·유통업체들의 해고로 실업률도 올라갈 것”이라 경고했다. 고용 시장은 이미 위축되기 시작해 미 4월 신규 일자리는 예상치의 절반 수준인 6만2000개에 그쳤다.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실업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 경제가 4월 들어 수축 국면에 진입한 것도 문제다.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선 아래인 49.0으로 떨어졌다.

취임 100일을 막 넘긴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과 주요 경제 지표 악화라는 겹악재로 다급한 처지에 놓였다. 빠른 시일 안에 대내외적으로 관세전쟁 효과를 자랑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에 목말라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대선 전에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뜬금없는 언급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정부는 트럼프식 속도전을 경계하며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미·중 경제 동시 급랭에 따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막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여야가 서둘러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 6월부터 집행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