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오후 총리직을 사퇴하고 2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등 선거전에 등판한다고 한다. 국정 전반을 챙기고 대선일(6월 3일) 결정 등 선거 업무도 지휘해온 한 대행이 공직 사퇴 시한(4일)을 앞두고 직접 대선에 뛰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한 대행의 경력과 인품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왜’라는 비판부터 ‘범보수 형편이 오죽했으면’이라는 수긍까지 반응이 다양하다. 다만, 국민의힘 후보 등과 함께 ‘빅텐트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대행은 보수·진보 정권을 아우르며 통상교섭본부장, 경제부총리, 주미대사, 총리 등 요직을 두루 거쳤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1970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50년이 넘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정치적 행보는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유일한 총리로 자신도 탄핵소추됐었지만 기각돼 업무에 복귀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내란 총리’ 빌미로 탄핵소추됐을 때도 국민의힘은 “관세전쟁을 치러야 하는 한 대행을 탄핵소추하는 것은 반(反)국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한 대행의 출마는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런 만큼 분명한 대의명분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 이른바 ‘폐족’ 신세가 된 친윤 세력이 그를 끌어들여 회생을 꾀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돌고 있어 더욱 그렇다.

우선, 한 대행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에 대한 공동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제대로 선을 긋지 않으면 선거전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흐르게 된다. 둘째, 3일 확정되는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한 대행을 ‘대통령병 환자’로 보는 사람은 없지만, 밀약설 등이 나와선 결코 안 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국민의힘 지지층을 뛰어넘는 확장성을 입증하는 일이다. 국정 안정을 위한 선거연합도 필요할지 모른다. 넷째, 정치공학 차원을 뛰어넘는 비전과 철학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개헌과 정치개혁, 국민통합, 국정 안정 구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후보등록(오는 10·11일)까지 1주일 사이에 이런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한 대행의 정치적 명운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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