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기증 유족 · 수혜자 만남행사

 

유가족 “건강히 자라줘 고마워”

아들 대신 카네이션 선물 울컥

 

이식 수술 받은 강윤호 어린이

“제 심장소리 들려드리고 싶다”

천사들의 선물…

천사들의 선물…

2023년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김주아(4·오른쪽) 양이 오빠 김주호(6·왼쪽) 군과 기증자 유가족에게 선물할 카네이션을 만들고 있다. 김재겸 씨 제공

“건강하게 잘 지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니 정민이의 심장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행복합니다.”

2020년 10월 심장·폐·간·신장을 기증하고 떠난 고 서정민 군의 생후 9개월 당시 모습.
이나라 씨 제공
2020년 10월 심장·폐·간·신장을 기증하고 떠난 고 서정민 군의 생후 9개월 당시 모습. 이나라 씨 제공

1일 이나라(33) 씨는 자신이 낳은 두 아이가 아닌, 또 다른 자식으로부터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았다. 장기 이식 어린이들로부터다. 이 씨는 5년 전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고 서정민 군의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정민 군의 심장·폐·간·신장은 3명의 미성년자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이 씨는 “장기를 이식받은 아이들에게 카네이션을 받다니 감회가 새롭고 정민이가 너무 보고 싶다”며 “정민이의 누나와 동생도 정민이가 얼마나 좋은 일을 하고 떠났는지 느꼈으면 좋겠고, 이식 어린이의 부모님들도 지금까지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앞으로는 어여쁜 아이들과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축복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날 장기기증 유가족과 이식 어린이들의 만남 행사인 ‘생명나눔, 다시 만난 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엔 심장을 이식받은 김주아(4) 양과 그 부모님도 행사에 참석해 기증인 유가족을 처음으로 만났다. 주아 양은 생후 7개월에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인공심장을 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적처럼 202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병원에서 560여 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주아 양은 어린이집에 입학, ‘티니핑’과 삼겹살을 좋아하는 소녀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버지 김재겸 씨는 “천사의 심장 덕분에 우리 아이가 밥도 잘 먹고 숨도 잘 쉰다고 생각하니 이렇게라도 기증인 유가족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 어린이는 직접 장기를 주고받은 사이는 아니다. 한국에선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따라 기증자와 이식인 간 직접 교류를 금지하고 있다.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거나 불법 장기매매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21년 12월부터 장기기증조직원을 통해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장기이식자 간 서신 교환이 허용됐으나, 서로 신원을 밝히지 않는 익명성을 전제로 진행되며 만남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식인과 기증인 유가족 일부는 만남의 기회를 꼭 갖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선천적 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나 10차례가 넘는 수술을 버티고 지난해 1월 심장을 이식받은 강윤호(9) 군은 “언젠가 기증인 부모님을 만나 건강하게 뛰고 있는 제 심장 소리를 꼭 들려드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정민 군 어머니 이 씨는 “장기기증 당시 기사가 나가자 이식인 가족으로 추정되는 분이 댓글로 ‘우리 아이가 정민이 덕분에 수술을 잘 받았다’는 댓글을 달았다”며 “제가 버티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유가족 예우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유가족과 이식자 간 교류를 주선하고 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는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면 유가족은 자긍심을, 이식인은 감사를 통해 살아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매뉴얼 등 정책 마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율 기자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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