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전쟁’ 수출 돌파구 찾아라 - (3) 미·중 사이 딜레마

 

작년 대중 19%·대미 18%서

올 3월까지는 대미수출이 1위

4월엔 관세 여파로 또 뒤집혀

 

미국, 대중 제재 동참 요구할 듯

“공급망·첨단기술 등 분야보다 소비재 등 내수시장 노려야”

한국의 총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 관세전쟁을 시작함에 따라 한국의 수출시장 다변화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1위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대응방안도 ‘딜레마’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장벽으로 인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과 통상·무역 분야에서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이 한국에 대중국 무역제재에 대한 동참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 교역에서는 공급망·첨단기술 분야보다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소비재 등 내수시장에 대한 수출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한국의 전체 수출액 가운데 대미 수출액이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이 1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추세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 비중은 19.5%, 대미 수출 비중은 18.7%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1월 한국이 491억2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릴 때 대미 수출은 92억9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18.9%를 차지했다. 당시 91억9000만 달러(18.7%)를 기록한 대중 수출 실적을 소폭 앞선 것이었다. 이후 2∼3월에도 대미 수출 비중은 18.8%, 19.3%로 대중 수출 비중 18.1%, 17.3%를 상회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3월부터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하고, 4월 초부터는 상호관세 중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산업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서는 전체 수출 582억1000만 달러 가운데 중국이 109억 달러(18.7%), 미국이 106억 달러(18.2%)로 다시 중국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의 수출은 미국과 중국에 약 40%가 쏠려 있어 수출시장 다변화를 한다고 해도 상당 부분을 미·중에 의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관세 장벽을 세우는 동시에 대중 교역 제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한국 수출에서 대중 수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2월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향후 각국과의 무역협정에 이런 우회 수출 통제를 포함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희토류 등의 공급망 분야에서 한·중 교역 및 협력 관계가 심화하면 미국은 관세 부과 정책 외에 또 다른 경고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중 양국 간 관세 마찰 등의 상황도 예의 주시 중”이라면서도 “중국과도 경제적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과거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한 중국의 내수시장에서 수출 확대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은 보다 확장적인 거시정책을 통해 소비 촉진 및 민간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둔 내수 확대와 기술·산업 혁신 심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내수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1조3000억 위안(약 255조 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및 소비·투자 제약요인 해소 등을 추진하고 있어 이를 소비재 및 기반시설 업그레이드, 서비스 소비 관련 중국시장 진출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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