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몸
■ 플라톤 ‘고르기아스’
질서 세우는 입법과
기강 바로잡는 사법
건전한 사회에 필수
개개인 육체 건강과
사회 차원 정신 건강
어우러져야 행복 보장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1970년대 유명했던 광고 문구다. 전쟁이 끝난 직후,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가난으로 인해 죽음의 위협에 노출된 적이 있다. 그때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고마운 일을 한 셈이었다. 물론 건강은 인간에게는 언제나 중요하다. 올바른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과 휴식,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절제 있는 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건강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플라톤의 ‘고르기아스’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의 건강 비결이다. 너무 상식이라 굳이 어려운 고전까지 끌어들여야 하나 싶겠지만, 한번 귀 기울여보면 좋겠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이자 연설 교사였던 고르기아스, 폴로스와 대화를 나누는데, 건강과 관련해 화장과 체육을 대비시킨다. 화장은 병색이 역력한 사람들도 건강하게 보이게 만들지만,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체육이다. 그래서 체육은 진지한 기술이지만, 화장은 적어도 그 효과만을 놓고 볼 때는 겉만을 꾸며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아첨’과도 같다고 비난한다. 적어도 건강을 증진한다는 점에서는 그렇다.
비슷한 관점에서 요리와 의학도 대비된다. 의학은 인간의 병든 곳을 고쳐 건강한 몸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입에 쓴 약을 만들어주지만, 요리는 몸에 나쁜 것도 입에만 달콤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만들어낸다. 그러고는 마치 입에 달콤한 것만큼이나 몸에도 좋은 것처럼 행세한다면, 요리는 의술의 탈을 쓴 아첨이라고 비난한다. 물론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기에 힘쓰는 요리사들에게 소크라테스의 비난은 터무니없는 모함처럼 들리겠지만, ‘나쁜 요리’를 겨냥한 것이라면 못 받아들일 것도 없다. 소크라테스도 몸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여 보약 같은 음식을 만드는 요리를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몸의 이야기만을 할 목적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의 몸 안에 깃든 영혼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몸의 건강을 위해 체육과 의술이 필요하듯, 인간의 영혼이 건강하려면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그것은 입법과 사법이었다. 이것은 인간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로서 규정하며 나오는 것이다. 인간 영혼의 건강함은 사회적 틀 안에서 보장되는데, 입법은 체육이 몸을 건강하게 형성하듯, 인간의 영혼을 건전하게 만들어주고, 사법은 의술이 몸을 건강하게 회복시켜주듯, 인간의 영혼을 교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뜻이겠다. 좋은 법이 세워지면 나라의 질서가 바로 잡히고 사람들은 법을 지킴으로써 올바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형벌을 내려 개인의 삶을 바로잡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을 사법 체계가 건전한 시민 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강자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세워놓고도 교묘한 궤변으로 대중들을 현혹하고, 법을 어기고도 화려한 수사로 자신을 정당화시키며 ‘법꾸라지’의 행태를 보인다면, 개인은 타락하고 나라의 질서는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궤변은 마치 건강하게 보이는 화장과도 같고, 수사술은 마치 혀에 달콤한 요리와도 같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유비의 논리를 통해 사회와 국가,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건전한 삶을 무엇으로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를 소크라테스는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영혼의 건강함이 윤리와 도덕에 의해 평가된다면, 윤리와 도덕이 사회적 차원에서 구체화된 것이 법이라고 할 수 있으니, 소크라테스의 논리는 이해할 법하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은 언뜻 육체적 건강만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 당시 이 광고에 나왔던 배우가 최근 한 영상에서 “나는 그 말대로 정말 튼튼하게만 자랐다, 아무 생각 없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물론 농담이었을 것이다. 그 광고도 정신적 건강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 육체적 건강과 사회적 차원에서 정신적 건강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행복은 보장될 것이다.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
관련기사
57[속보]이 대통령 ‘잘할 것’ 65%·‘잘못할 것’ 24%…민주 45%·국힘 23%-NBS
[속보]이재명 시계 만든다…李 “제작 지시, 기대해주셔도 좋다”
-
관련기사
27尹 오늘 2차 소환 불응…경찰 “일과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
‘비화폰 삭제 의혹’ 尹 전 대통령, 경찰 소환조사 불응 방침
-
관련기사
104‘안미경중’ 경고 이어… 미, 이재명 대통령에 ‘中 거리두기’ 요구
투표율 79.4%, 1997년 이후 최고치… 광주 83.9%로 1위·제주 74.6% 최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