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자꾸자꾸 파다 보면
마크 데이비드 스미스 글│릴리 스노든파인 그림│국민서관


어린 시절의 나는 공부도 예체능도 잘하는 게 없었다. 그나마 글쓰기에 약간의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아준 사람은 부모님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먼저다. 어느 날 선생님은 내게 시를 써 오라 하시더니 엉망진창인 글을 졸업생 문집에 축사로 실어 주셨다. 이때부터 나는 특별한 목적 없이도 매일 읽고 쓰는 어린이로 지냈다. 지금의 직업과 상관없이 내겐 귀하고 값진 경험으로 남아 있다.
‘자꾸자꾸 파다 보면’의 ‘케이든’은 폭우가 내린 다음 날 장화를 신고 뒷마당으로 나간다. 비에 깎인 잔디 위로 단단한 것이 나와 있다. 말뚝도, 돌덩이도, 나무뿌리도 아니다. 케이든은 생각한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건 이웃인 ‘마사’ 덕이다. 마사는 하던 일도 멈추고 다가와 말한다. “보물 같은데. 더 깊이 파 봐.”
케이든이 “나 보물을 찾았어요”하는 말을 흘려듣거나 비웃는 어른도 있다. 그렇게 값진 것이 가까운 곳에 있을 거라는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케이든은 멈추지 않는다. 필요한 도구를 구하고 땅을 파는 일에 힘과 시간을 들인다. 발견한 것들을 끼워 맞추자 거대한 매머드의 뼈대라는 걸 알게 된다. 그제야 어른들은 말한다. “확실히 보물이 맞네!”
케이든은 어째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땅을 파냈을까. 뒷마당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 함께해 주는 이웃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케이든 자신이 재밌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어린이 입장에서는 그렇다. 땅에서 나온 것이 소나 닭 뼈였을지라도 손해 볼 건 없다. 그저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만할 수 있었던 경험 자체가 귀한 거니까. 그런 기억을 지닌 어린이라면 이후 땅에서 아주 작은 걸 발견할 때마다 자꾸자꾸 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가 거대한 매머드가 될 그날까지. 40쪽, 1만50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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