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박경희 옮김│문학동네

“처음에 저는 그러다 말겠거니 했어요. 얼마 있으면 다른 유행이 오고, 사람들은 전처럼 다시 고기를 먹을 거라고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달랐습니다. 어느 날 둘러보니 고기를 먹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소설은 정육점이 ‘동물의 사체를 전시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시설이 되고, 모두가 육식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게 된 근미래 독일 사회를 배경 삼아 펼쳐진다. 식물성 음식을 일절 먹지 않는 ‘카니보어’는 아니지만 육식을 즐기던 주인공도 사회의 미개인 취급을 이기지 못하고 채식을 결심한다.
저자는 1971년 독일에서 태어나 유년기에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교육받았고 청소년기에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목격했으며 현재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문제적 세대’다. 소아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만큼 채식이 하나의 트렌드에서 이데올로기로 발전하고 사회 전반에서 보편 교양으로 강요되는 광기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는 것에 거침없다. 작가 스스로 채식주의자이면서도 채식 강요에 대해 “사회적으로 할복할 것이냐 아니면 실제로 할복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내모는 것으로 표현할 정도다.
작가는 주인공을 채식주의의 선봉에 선 유명 블로거 ‘톰 두부’와 육식부활 지하조직의 수장인 ‘육수맛내기69’의 사이에 세운다. 영리하게 두 입장의 극단성과 폭력성을 폭로할 뿐 독자에게 하나의 정답을 제안하지 않는다. 책은 결국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대립이 한 개인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136쪽, 1만5000원.
장상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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