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지정뒤 56년만에 승격

비석에 제방 조성과정 새겨

1500년 전 제방을 세워 자연재해에 대비했던 신라인의 노력이 담긴 비석이 국보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경북 영천시의 ‘영천 청제비’(사진)를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1969년 보물로 지정된 후 약 56년 만의 국보 승격이다.

영천 청제비는 신라시대에 조성돼 현재까지 사용 중인 저수지 ‘청못’ 옆에 세워진 비석이다. 비석은 받침돌과 덮개돌 없이 자연 그대로의 돌에 글자를 새긴 형태다. 영천 청제비는 청제건립·수리비와 청제중립비로 구성돼 있다. 두 비석 모두 앞·뒷면에 각각 글이 새겨져 있다. 위쪽이 얇고 아래쪽이 두꺼우며 대부분의 글자를 판독할 수 있을 만큼 양호한 상태다. 청제건립·수리비의 앞면에는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23년에 이뤄진 제방 건립의 내용이 공사 규모, 동원 인원 등으로 적혀있다. 뒷면에는 원성왕(재위 785∼798) 14년인 798년 4월 13일 제방 수리 공사를 완료했다는 내용 등이 나와 있다.

국가유산청은 “신라사에서 홍수와 가뭄이 가장 빈번했던 6세기와 8세기 후반∼9세기에 자연재해 극복을 위해 국가에서 추진했던 토목 공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했다. 함께 놓인 청제중립비에는 땅에 묻혀 있던 청제건립·수리비를 1688년에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한 비석에 시기를 달리하는 비문이 각각 기록된 희귀한 사례이며 조성 이래 현재까지 원위치에서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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