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낚시, 이것 없이 하는 것이 대세.’ 최근에 ‘이것’이 안 돼 있지만 ‘이것’을 많이 쓰는 기사의 제목을 흉내 내자면 이리 쓸 수 있겠다. 기사의 제목이라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써야 하니 제목에 ‘이것’을 쓰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기본’이 안 돼 있는 기자가 인터넷상에서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제목에 ‘이것’을 쓰고 본문을 읽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첫 문장의 ‘이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낚시’일 텐데 그러면 ‘낚시 없는 낚시’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된다.
‘낚시’는 본래 ‘물고기를 잡는 바늘’을 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뜻이 확대돼 이것이 사용된 장비 일체, 나아가 이 장비를 활용해 물고기를 잡는 행위 전체를 뜻하게 되었다. 물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아서 먹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데 미끼로 유인해 바늘로 잡아 올리는 도구이자 방법이 바로 낚시이다. 이 밖에 물고기를 가두는 그물이나 통발, 아예 몸통을 찔러 잡는 작살 등이 있지만 고도의 기술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 낚시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낚시가 아닌 그물과 통발을 들고 가도 낚시하러 간다는 표현을 쓴다. 이 도구로 물고기를 잡아도 ‘낚다’라는 동사를 쓴다. ‘낚다’라는 동사의 기원이 ‘낚시’와 같으니 이때는 ‘낚다’ 대신 ‘잡다’를 써야 하는데 글깨나 읽고, 말깨나 한다는 신문과 방송 종사자들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낚다’를 쓴다.
‘낚시’가 바늘로부터 시작해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점점 뜻이 넓어졌으니 물고기를 잡는 것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에서의 낚시는 여전히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것, 그것, 저것’은 앞에 나온 말이나 서로 알고 있는 대상을 가리킬 때 쓴다. 이목을 끌어 기사를 읽게 하는 것은 필요하나 낚시질을 당해 내용 없는 기사를 읽어 허탈하기 그지없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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