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창이공항의 출입국 시스템이었습니다. 흡사 지하철을 타는 수준으로 간소화한 싱가포르의 출입국시스템은,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게다가 창이공항은 싱가포르 도심에서 차로 20분 남짓의 가까운 거리. 비행기 착륙 1시간 안에 곧바로 도심에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매끄러운 출입국 절차와 훌륭한 공항의 서비스는, 싱가포르까지의 물리적 거리마저 당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이나 취재를 마친 뒤에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때면 ‘한국식 시스템’의 높은 효율을 경험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곤 했습니다. 여권과 지문을 판독기에 대는 것만으로 끝나는 매끄러운 입국 절차를 밟으면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습니다. 출입국 과정에서 이리저리 길게 줄을 세우거나 이것저것 제출해야 할 게 많은 나라를 다녀오는 경우에는, 그런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우리보다 몇 수 위더군요. 창이공항의 매끄러운 출입국 절차는 들어갈 때도, 나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국보다 놀라운 건 출국할 때였습니다. 살짝 과장하자면 출입국 절차를 거치는 게 그냥 걷는 속도와 그리 다르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사전에 싱가포르 출입국관리국(ICA) 홈페이지에 출입국 정보를 등록하기만 하면, 바코드나 QR코드도 없이 그저 여권 하나만으로 입국과 출국 절차가 다 처리됐습니다.
창이공항을 이용하면서 떠올린 건, 인천공항 출국장 보안검색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인천공항 서비스의 품질 하락이 두드러집니다. 휴가 때나 명절 연휴 때면 출국 수속에만 3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출국장 병목현상으로 시간이 부족한 출국자들이 면세쇼핑을 포기하면서 공항면세점 매출이 급감했을 정도입니다.
창이공항 출국장이 혼잡하지 않은 이유는 승객들이 제가 탈 비행기 탑승 게이트 앞에서 보안검색을 하기 때문입니다. 탑승 게이트마다 보안인력을 배치해야 하니 인력은 더 소요되겠지만,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편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인천공항도 이렇게 할 수는 없을까요.
내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에 인천공항 출국장 보안검색대 앞에는 또다시 긴 줄이 늘어서겠지요. 아, SK텔레콤 이용자가 출국 전 공항에서 유심을 교체하려면 서비스 창구 앞에서 30분씩 줄을 더 서야 할 수도 있겠네요.
박경일 전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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