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AKU 교수협회 회장

북한이 마침내 4월 28일 러시아에 파병한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북한에 감사 성명을 내고 파병이 러·북 신(新)조약 제4조에 따른 것이라며 합법성을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파병 공식화와 러시아의 합법성 주장에 대해 그들의 행위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전쟁을 지속시키는 만큼, 북한의 파병과 러시아의 대가성 지원은 모두 중단돼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되짚어보면, 2024년 6월 19일 전쟁 중이던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8월에는 우크라이나가 전략적으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점령하자 이를 명분으로 북한군의 파병으로 이어졌다. 이 파병은 비밀리에 이뤄졌으며, 그해 10월 18일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최초 북한군의 이동을 언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첩보를 인용해 파병을 알렸으며, 10월 22일에 영국 BBC 방송이 전 세계에 북한의 파병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이를 크게 우려하지 않았고, 정부는 별다른 어떤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북한의 파병 발표와 러시아의 합법성 주장에 대해 미국이 강하게 비난하는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이제라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입장으로 대응해야 한다.

첫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북한의 불법 비밀 파병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비판하고 규제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전쟁과 파병은 명분과 정당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러시아는 인접 약소국을 침략했고, 북한은 침략국을 지원해 첨단 군사기술과 경제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파병한 것이므로 합당한 비난과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쟁 종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미래의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빌미가 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동맹국인 미국에 북한의 불법 파병 근거가 된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 조약’의 무효화를 관철해야 한다. 1950년 6·25 남침전쟁 당시 우리는 북한과 중공군을 대상으로 싸웠으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향후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시 러시아가 자동 개입하는 명분을 주게 된다. 그뿐 아니라 이는 한미동맹에 매우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셋째, 인류의 보편적 가치 측면에서, 파병 북한군과 가족들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 사실을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며, 최고 권력자의 욕심에 따라 명분 없는 전쟁에서 ‘총알받이’와 ‘외화벌이’ 역할을 강요했다. 전쟁포로가 된 인원 처리 문제도 종전협상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침략전쟁 파병으로 침해받은 북한 군인과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와 함께 제기하고 종전협상 단계에서라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매우 엄중한 국제 정세에 놓여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6·3 대선이라는 매우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다. 차기 정치지도자와 수권을 준비하는 정치 집단은 외교와 안보 면에서만은 국가 이익 차원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 따라서 만천하에 드러난 북한의 불법 파병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 70여 년 혈맹인 미국에, 그리고 파병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장기 전략적 차원에서 통합된 의견과 적극적인 대응책을 주문한다.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AKU 교수협회 회장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AKU 교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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