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판례 만든 大法

 

후보자의 발언 ‘표현의 자유’는

선거인 판단에 영향주는지 고려

사안마다 갈린 거짓말 기준 정리

대법 “전체적 발언 취지·맥락봐”

2심 뒤집은 대법원

2심 뒤집은 대법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2일 법조계에서는 정치인 발언의 ‘허위사실 공표’에 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2020년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기존 판례를 뒤집고, ‘선거인(유권자) 관점’을 기준으로 강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TV토론에서 ‘친형 강제입원’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로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의 경우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의 ‘허위의 사실’에 대해 판단할 때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정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만큼 사안마다 엇갈렸던 정치인의 거짓말에 관한 정리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대법원은 후보자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선 안 되지만, 선거인의 알 권리와 선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을 위해 표현의 의미를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보자의 발언이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기준을 근거로 이 후보의 이른바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에 대해 “공직 적격성에 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항에 관한 허위사실의 발언”이라고 판단하면서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에도 사후적으로 발언을 세분화하거나 인위적으로 분절하는 방법으로 표현 당시의 의미를 재구성해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발언이 이뤄진 당시의 상황과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가를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백현동 발언’은 하나의 주제에 관한 질의에 대해 하나의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이라며 “전체적인 취지와 맥락, 객관적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언 전부의 내용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하나의 주제에 관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 내용을 사후에 인위적으로 분절하는 방법으로 연결된 문구를 떼어 내고 일부 문구를 묶은 다음 재구성된 문구별로 각각의 의미를 나누어 해석해 백현동 발언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이 후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이라는 다수 의견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대법원은 오랫동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사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등 민주주의 헌법 질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런 선례의 방향성에 역행해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공론의 장에 규제의 칼을 들이밀어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후민 기자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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