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때 인연 포천 장자마을…“행정,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 찾아 예산 쓰는 것”

편지 낭독 주민 “사람들이 저희를 괴물 취급했을 때 김 후보는 저희와 함께했다”

정착촌 공동대표인 최종국 회장 “광역지자체장 장자마을 방문은 지사시절 김 후보가 처음”한센인 정착촌 찾아 눈물 흘린 김문수 “행정 첫걸음은 약자 돌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경기 포천시 한센인마을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마을주민이 쓴 편지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제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경기 포천시 한센인마을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마을주민이 쓴 편지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제공

“15년 전 후보님을 만나고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문둥이라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 눈을 피해 산속에서 숨어 살던 저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손 내밀어주셨습니다. 이제야 사는 게 재밌습니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포천시 한센인 정착 마을인 장자마을 행복 나눔터에서 주민 여성 A씨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대선) 후보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직접 쓴 손 편지를 낭독했다.

A씨는 “글도 모르는 저에게 한글도 가르쳐주시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며 “사람들은 저희를 괴물이라고 취급했을 때 김문수 후보는 저희와 함께했다. 그런 사람은 어디도 없었다”고 했다.

듣고있던 김 후보는 눈을 질끈 감더니 눈물을 흘렸다. 그는 A씨가 집 마당에서 꺾어온 진달래 꽃다발을 보고는 입술을 깨문 채 여성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A씨가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자 A씨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경기 포천시 한센인마을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주민 편지 낭독을 들은 뒤 주민 손을 잡아주고 있다.  뉴시스 제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경기 포천시 한센인마을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주민 편지 낭독을 들은 뒤 주민 손을 잡아주고 있다. 뉴시스 제공

김 후보가 이날 포천시 한센인 정착촌인 ‘장자마을’을 방문한 것은 경기지사 시절 “대통령 후보가 되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김 후보는 국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 첫 행선지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이어 한센인 마을을 찾았다. 한센병은 일명 문둥병으로 지금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전염병으로 취급되며 환자들이 온갖 차별을 겪었다.김 후보가 방문한 장자마을은 과거 김 후보가 2006년 경기도지사 시절 자주 방문했던 곳이다. 그는 당시 도내 한센인 정착촌에 방문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김 후보는 이날 장자마을에서 한센인들과 만나 경기지사 시절 추억을 회고했다. 그는 경기지사 재임 중 한센인 마을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시설인 ‘행복학습마을’을 조성했고 환경오염 주범으로 꼽혔던 염색공장을 산업단지로 합법화한 바 있다.

김 후보는 “이 마을에 왔을 때 여러분들이 많은 쓰레기를 태워서 염색공장을 하고 단속이 나오면 잡혀가서 전과를 하나 더 보태고 하는 절망의 삶이었다”며 “여러분들의 이 마을을 반드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공무원들이 여러분들을 단속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아무도 도와드리지 못했다”며 “저는 여기 장자마을에서, 한센인마을에서 우리 행정이 갈 길이 무엇인지 배웠다. 여러분이 바로 세상의 희망이다 여러분이 이 세상의 행복을 가르쳐줄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경기 포천시 한센인마을을 방문해 마을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경기 포천시 한센인마을을 방문해 마을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김 후보는 “과거 장자마을은 연기가 올라오고 쓰레기도 많고 폐수도 방류돼서 한탄강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그랬다”며 “당시 단속도 많이 이뤄지고 그랬는데 저는 그 원인을 찾아서 하나하나 해결하려고 했다. 지금은 이렇게 (좋은 건물도) 생기고 많이 바뀌었다. 이것이 공무원이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이날 김 후보는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장자마을에 와서 행정이 무엇인지 처음 깨달았다”며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이고 추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옆에 있던 사람의 손을 잡고는 “이 꼬막손이 얼마나 예쁜 손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경기 포천시 한센인마을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주민 편지 낭독을 들은 뒤 꽃다발을 선물 받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시스 제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경기 포천시 한센인마을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주민 편지 낭독을 들은 뒤 꽃다발을 선물 받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이날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주민은 김 후보에게 “15년 세월이 지났는데 이렇게 장자마을에 오신 건 크나큰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 온다고 했을 때 설마 설마 했다”며 “과거에 장자마을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대통령 후보가 돼서 지킨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센인들과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해보자’ 등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한센인 정착촌 공동대표인 최종국 회장은 “광역지자체장이 한센인 마을에 오신 건 처음이었다. 오신 것 뿐만 아니라 여기서 숙식하면서 애환을 들어줬다”며 “15년 세월이 지났다. 대통령 후보가 되면 장자마을에 오겠다고 한 약속을 후보가 돼 지킨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센인 정착촌 방문 배경에 대해 “제가 도지사 할 때 우리 행정이 갈 방향의 상징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며 “불법을 많이 단속해서 전과자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게 행정이 할 일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분들을 찾아뵙고 이분들에 대한 따뜻한 돌봄을 하는 게 행정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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