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생계형 ‘투잡’ 자영업자가 계속 늘어 사상 최대라고 한다. 본업만으로는 가계 자금이 부족해, 밤에 아르바이트·부업을 하는 영세 소(小)사장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치솟은 최저임금 부담에 직원을 한 명도 못 두는 ‘나 홀로 사장’이 급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팍팍한 자영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자영업자는 폐업 등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 2월 19.52%에서 3월 19.48%로 더 줄었다. 두 달 연속 역대 최저치 경신이다. 이런 와중에 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형 부업을 병행하는 자영업자는 올 1분기 평균 15만1894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2% 증가했다. 2014년 1분기에 비하면 증가율이 37%를 넘는다. 같은 자영업으로 분류돼, 통계에 잡히지 않는 ‘N잡러’ 사장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잡 대상은 음식 등 배달·대리운전·청소 등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이런 일자리를 찾기가 갈수록 힘들다고 한다.
최근엔 무인점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일종의 불황형 창업이다. 지난 3월 기준 프랜차이즈 무인점포 수는 9000개를 넘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무인점포를 합치면 1만 개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점포는 코인 세탁소·아이스크림 판매점·스터디 카페·사진관·밀키트 판매점 등이 주류다. 창업비·운영비가 적게 들어 2030 청년 사장님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려운 살림은 나아지지 않는다. 지난해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314만8615원으로, 가계지출(343만6312원)에 못 미쳤다. 이런 소득으로 직원 채용은 어림없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을 넘는 탓에, 한 명 채용하려면 4대 사회보험료를 합쳐 최소 월 227만 원이 든다. 월급 받던 직장을 나와 자영업에 뛰어든 50대 이상 사장의 48.8%는 월수입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친다며 지난해 인상률(1.7%)보다 더 높은 인상을 요구한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영세 소상공인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젠 최저임금을 유연화할 때가 됐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